오는 19일 걸그룹 ‘블랙핑크’가 복귀하면서 YG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의 하반기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년 10개월여 만에 대표 아티스트가 본격 활동에 나서는 만큼 음원, 공연, 부가 수익 등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일 자로 창업자 양현석 전 대표의 친동생인 양민석 YG엔터 이사회 의장이 3년 만에 공동 대표로 돌아온 것도 회사의 공격 행보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오너 리스크’를 일으킨 양현석 전 대표가 여전히 회사 최대주주인데다 친동생이 이사회 의장 겸 대표를 맡고 있어 얼마든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래픽=손민균

◇ 최대주주는 양현석, 대표는 친동생 양민석

YG엔터가 최근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회사 최대주주는 창업자인 양현석 전 대표로 지분율은 16.93%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가요계에 데뷔한 양현석 전 대표는 1998년 와이지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가수를 발굴하고 음반을 기획하는 ‘인생 2막’을 열었다. 회사명인 YG는 자신의 별명인 ‘양군’에서 따온 것이다. 2006년 빅뱅부터 투애니원(2NE1, 2009년), 블랙핑크(2016년) 등의 아이돌 그룹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JYP엔터테인먼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소속 가수들의 마약 수사 무마 의혹, 성 접대·도박 혐의 등 이른바 ‘버닝썬 파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지난 2019년 대표에서 물러났다.

이때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양민석 대표가 동반 사퇴했고, 이후 ‘양민석의 복심’으로 불리는 황보경 대표가 2019년 6월부터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 양민석 대표는 올해 7월 1일 자로 황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로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는 YG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과 핵심 계열사인 YG플러스의 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맡았다. YG플러스는 YG엔터 소속 가수들의 음반·음원을 제작·유통하는 곳이다.

지난해 초 하이브(352820)와 하이브·네이버 합작사인 위버스컴퍼니가 YG플러스에 총 70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면서 하이브의 음반·음원도 유통하고 있다. 대신 YG엔터 소속 가수는 팬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활동하는 식으로 사업 시너지를 만들었다. 연결 기준 YG엔터의 실적은 양민석 대표가 부재하던 2019~2021년에 성장곡선을 그렸다. 이 기간에 YG플러스에서 진행하던 골프장·화장품 사업, 외식업 등을 순차적으로 정리해나간 것이 실적 개선에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공식적인 직함 없이도 회사를 지배하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많이 있다”면서 “양현석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경영진이 구성돼 있는 만큼 ‘오너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단 잠잠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양현석 전 대표는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달 19일에 컴백하는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 ‘블랙핑크 효과’에 들떴지만… 근본적 주주 보호 목소리

올해 6월 4만1750원까지 곤두박질쳤던 YG엔터 주가는 다시 6만원대로 치솟았다. 실적을 책임질 블랙핑크의 컴백이 확정되면서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올해 YG엔터는 4347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22%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578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표 가수를 내세운 실적 개선도 좋지만, 오너리스크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주주보호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 하나가 사회적으로 질책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는 것(사회적 책임)인 만큼 (양현석 전 대표가) 직접 사과하지 않더라도 이전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경영이념의 발표 등 변화나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복귀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장회사 경영진의 경영상 행위(배임 등)에 대해 민사소송 등을 통해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의 전향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며 “형사적으로 처벌하려다 보면 정작 주주 피해를 구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이고 집단소송 등 민사적으로 풀 경우 경영진은 물론 사외이사도 소송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 보다 실효적인 주주 피해 예방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