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일간 최대 전력 수요가 이번 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와 원자력발전소 정비 등이 겹쳐 전력 공급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9년 만에 전력수급 비상경보가 내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여름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는 8월 둘째주로, 하루 최대 전력 수요는 9만1700~9만5700메가와트(㎿)로 전망됐다. 최대 전력은 하루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순간의 수요다. 이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달 7일 오후 5시에 기록한 일 최대 전력 수요의 역대 최대치(9만2990㎿)를 갈아치우게 된다. 작년 여름 최대치는 9만1100㎿(7월 27일 18시)였다.

올해는 통상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를 보이는 8월 둘째주가 되기 전부터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월 평균 최대전력 수요는 8만2008㎿로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평균 최대전력 수요는 하루 중 전력 수요가 가장 많았던 순간의 수치를 월 단위로 평균을 낸 것이다. 월평균 최대전력이 8만㎿를 넘어선 것은 역대 세 번째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광역계통운영센터에서 직원들이 여름철 전력 수급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뉴스1

최근 전력 수요가 치솟은 것은 코로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른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과 때 이른 폭염이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주에는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300㎜에 달하는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전력 수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안심하긴 어렵다. 높은 습도는 불쾌지수와 더위 체감지수를 끌어올려 냉방을 위한 전력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비 예보가 없는 지역은 찜통더위가 지속되는 데다, 산업 현장의 휴가 복귀가 시작됐다는 점도 전력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도 이에 맞춰 증가해야 하지만 현재 전력 공급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지난달 7일 오후 5시 일 최대 전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예비전력은 6726㎿로 공급 예비율은 7.2%에 불과했다. 이번 주 일 최대 전력 수요가 9만5700㎿까지 오를 경우 예비전력은 5만2000㎿, 예비율은 5.4%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전력수급 비상경보 발령 범위에 해당한다. 전력수급 비상경보는 2013년 8월이 마지막이었다.

전력수급 비상경보는 예비전력이 5만5000㎿ 아래로 내려가면 ‘준비’ 단계를 시작으로 ▲관심(4만5000㎿ 미만) ▲주의(3만5000㎿ 미만) ▲경계(2만5000㎿ 미만) ▲심각(1만5000㎿ 미만) 순으로 수위가 올라간다. 경계 단계까지 올라서면 긴급 절전이 실시되고, 심각 단계에서는 순환 정전이 이뤄진다. 일각에서는 2011년 서울 등 수도권에서 발생했던 블랙아웃(대정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상 최대 전력 수요가 예상되고 있지만 당장 전력 공급을 크게 늘리기도 어렵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 한빛 3·4호기 원전이 계획예방정비를 받고 있다. 한빛 3호기의 경우 이번주 말인 13일에야 정비가 끝나고, 한빛 4호기의 정비 완료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신고리 4호기는 이날부터 정비를 시작해 10월 3일까지 가동이 중단된다. 석탄화력발전의 경우 작년 12월 호남화력 1, 2호기를 마지막으로 지난 정부에서 총 10기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지됐다. 그 사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발전설비가 늘어났지만, 흐린 날씨 등으로 효율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원전 가동은 증가했지만, 노후 석탄발전 폐지 및 정비 등의 영향으로 공급(100.9GW)은 전년(100.7GW)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경우에도 안정적 공급을 위해 총 9.2GW의 추가 예비자원을 확보했고, 자발적 수요감축과 신한울 1호기 등 신규설비의 시운전, 발전기 출력 상향 등을 단계별로 가동해 적기에 예비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