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가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정 선종이나 화물 운송 비중이 너무 크면 앞으로 시장 상황이 급변할 때 대처하기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KSS해운(044450)은 암모니아나 메탄올,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수송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KSS해운 임시주총에서 신임 대표로 취임한 이승우 사장은 “LPG(액화석유가스)선에 특화해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했지만 한 업종에만 집중하다 보니 사업 다각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친환경 에너지 수송 분야까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연구해 관련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SS해운의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KSS해운 제공

KSS해운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240억원, 영업이익 581억원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연결기준 매출 964억원, 영업이익 155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보다 각각 51.2%, 48.4% 증가했다. 하지만 매출의 90%가량이 LPG 등을 나르는 가스선 사업에 쏠려 있다. 이 사장이 사업 다각화를 강조한 이유다.

KSS해운은 주력인 가스선 사업을 키우는 동시에 친환경 에너지 수송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세웠다. KSS해운은 지난 11일 인수한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Very Large Gas Carrier) 1척에 이어 2023년 1분기까지 VLGC 2척을 추가로 인수해 30여척 규모의 선대를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11월 메탄올을 연료로 쓰면서 나르는 5만DWT(재화중량톤수)급 중형(MR) 탱커 1척도 인도받을 예정이다.

조(兆) 단위 흑자를 내고 있는 HMM(011200)도 최근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면서 핵심 사업인 컨테이너선뿐만 아니라 건화물선(화물전용선) 선대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29척인 벌크선을 2026년까지 55척으로 90%가량 늘릴 계획이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웨트(Wet)벌크선은 10척에서 25척으로, 드라이(Dry)벌크선은 19척에서 30척으로 늘린다.

HMM은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에서 컨테이너선 사업이 94.9%를 차지했다. HMM이 과거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부, 벌크선 전용선사업부 등을 매각한 뒤 컨테이너선 사업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경배 HMM 사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컨테이너선 사업과 벌크선 사업의 비중이 6:4로 안정적인 구조였는데 현재 컨테이너선 사업에 편중돼 있다”며 “벌크선 사업을 확대해 수익구조를 안정화하겠다”고 말했다.

팬오션(028670)과 SM그룹 대한해운(005880)도 LNG 운송과 LNG벙커링(선박연료 보급)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팬오션은 앞으로 4년간 LNG운반선 6척을 건조하는 등 10억5600만달러(약 1조3800억원)를 투자한다. 대한해운은 2년 동안 9868억원을 들여 LNG운반선 4척과 LNG벙커링선 1척 등을 건조하기로 했다. 올해 1분기 기준 팬오션은 매출의 73%가, 대한해운은 매출의 54%가 드라이벌크선 사업이었다.

해운업계가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앞으로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해운분석업체 MSI는 컨테이너선 운임이 올해 하반기에도 내림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5일 4074.7로 연초 고점(5109.6)보다 20.3% 하락했다. MSI는 또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철광석과 석탄 운송 수요 역시 올해 각각 28억8800만DWT, 1억5900만DWT를 정점으로 매년 3%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환경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사업 전략을 다시 짤 적기라는 게 중론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회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한진해운 사태’ 때 배우지 않았느냐”며 “환경 규제에 따라 기존 선박을 교체해야 하는 지금이 사업 구조를 다각화할 기회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