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선을 넘어섰다. 조선업과 해운업은 달러로 대금을 받아 고환율 수혜업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환율 상승을 부추긴 미국의 긴축 움직임이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3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조선업의 순수출 익스포저는 59.7%로 주요 수출 업종 가운데 가장 높다. 순수출 익스포저는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차감한 순수출이 환율에 노출되는 수준을 의미하는 지표로, 값이 클수록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매출 증가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해운업의 순수출 익스포저는 23.4%로 반도체, 자동차 등과 함께 환율 상승에 따라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조선사는 선박 건조대금을, 해운사는 운임을 달러로 받는다.

지난 2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예를 들어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44원이었는데, 1200원으로 높아지면 조선업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이 -17.2%에서 -13.8%로 3.4%포인트가량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운업은 기존에도 영업이익률이 최고 수준이어서 상승 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42.7%에서 43%로 0.3%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 웃을 일만은 아니라는 게 조선·해운업계의 중론이다.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의 효자 선종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선의 화물창이나 압축기 등 주요 기자재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해운사 역시 매출원가에서 20% 안팎을 차지하는 연료비나 선박을 빌리는 용선료를 달러로 내야 한다. 특히 연료비와 용선료 모두 천정부지로 올랐다. 전날 기준 저유황유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101% 높은 톤(t)당 1065달러였고, 컨테이너선 용선지수(HRCI)도 지난 15일 기준 5598로 전년 동기의 2배를 넘어섰다.

특히 최근 환율 상승이 미국의 긴축에 따른 여파라는 점에서 걱정거리가 적지 않다. 당장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우리나라 기준 금리도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 오르면 국내 127개 해운기업이 연간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5525억원 늘어난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물동량이 줄면 해상 운임도 강세를 이어가기 힘들어진다. 해운사의 이익이 줄면 선박 건조계약도 불투명해지고, 조선사의 일감에 영향을 주는 연쇄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운사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수출 기업들의 물동량이 늘면 해운업계에도 좋은 일이겠지만, 반대라면 호재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유리하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원자재 가격이 올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