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세계 각국의 군비 경쟁에 맞춰 국내 방산업체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전투차량들이 휴대용 미사일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만큼, 방호 능력이 우수한 국산 전차·장갑차의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전략이다.

1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디펜스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상무기 전시회 ‘유로사토리’에 참가해 전투장갑차 ‘레드백’을 오는 17일까지 전시할 계획이다. 총 8명의 보병을 태울 수 있는 레드백은 30㎜ 기관포와 스파이크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게 특징이다.

한화디펜스의 전투장갑차 레드백. /한화디펜스 제공

한화디펜스가 유럽에서 레드백 실물을 공개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생존 능력이 우수한 장갑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장갑차와 전차들은 우크라이나 군의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에 속수무책으로 피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개전 초기부터 지난달까지 파괴된 러시아의 전차와 장갑차는 총 5000대가 넘는다.

한화디펜스는 이 같은 대전차 미사일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능동방어시스템 ‘아이언 피스트’가 레드백에 탑재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개발한 아이언 피스트는 적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능동위상배열레이더(AESA)로 먼저 감지하고 요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여기에 레드백은 차량에 열상 위장막을 둘러 열추적 미사일 공격을 회피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같은 기간 현대로템(064350)이 유로사토리에 선보인 K2 흑표전차에도 날아오는 미사일을 회피하는 유도교란형 소프트킬(Soft-kill) 기능이 탑재돼 있다. 적군의 대전차 미사일이 날아오면 이를 감지해 미사일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복합연막탄을 발사하고 신속하게 회피 기동을 하는 방식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대응탄을 발사해 유도 미사일을 막는 하드 킬(Hard-kill) 방식도 K2 전차에 탑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동훈련 중인 K2 흑표 전차. /현대로템 제공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가 현재 국산 무기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폴란드 군 관계자들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LIG넥스원(079550), 한화시스템(272210) 등 국내 방산기업들과 연달아 회동을 가졌다. 마리우시 부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지 일주일도 안 돼 한국에 실무진을 보낸 것이다.

현재 폴란드는 KAI의 FA-50 전투기, 현대로템의 K2 전차, LIG넥스원의 천궁 미사일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란드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가성비가 뛰어난 신형 무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 방산업체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정부 관계자도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폴란드 정부가 한국 무기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KAI도 국산 전투기와 훈련기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IDEB 2022)에 참가해 FA-50 마케팅을 벌였는데, 폴란드 외에도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노후 전투기 대체가 필요한 동유럽 국가들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FA-50 경공격기. /KAI 제공

지난 9일에는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LM)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양사가 함께 개발한 T-50 계열 항공기를 1000대 이상 수출하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우선 양사는 미 공군·해군 훈련기 수주 경쟁에 T-50 계열의 FA-50 전투기의 개량형을 제시할 계획이다. KAI 관계자는 “만약 미국 수주전에서 승리할 경우 최소 20년간 일감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56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