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사들이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늘리는 가운데, 한·중 조선업계가 메탄올 추진선박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해운사 CMA-CGM는 1만5000TEU급 메탄올 추진 이중연료 엔진선박 6척과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이중연료 선박 10척 등의 추가 건조 계획을 최근 밝혔다. 메탄올 추진선 6척의 건조를 담당할 조선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010140), 중국의 국영 중국선박공업그룹(CSG) 산하 쟝난조선, 후둥중화조선, 다롄조선 등이 CMA-CGM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해운사 CMA-CGM의 컨테이너선. /연합뉴스

CMA-CGM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발주는 덴마크 머스크(maersk Line)에 이어 글로벌 해운사 중 두번째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에 2024년까지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2024년까지 건조해달라고 발주했다. 머스크는 지난 1월에는 같은 사양의 컨테이너선 4척을 추가 주문했다.

글로벌 톱3 해운사에 속한 머스크와 CMA-CGM가 메탄올 추진 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상황은 이중연료 추진선 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해양환경규제 도입 초기엔 LNG가 메탄올에 비해 생산단가가 낮고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적어, 이를 중심으로 이중연료 엔진 시장이 만들어졌다. 올해 1~5월 발주된 선박 59%가 LNG 추진선일 정도로 지금까지 대형 컨테이너선에 적용된 이중연료 엔진은 주로 LNG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천연가스 생산량이 늘면서 메탄올 생산단가가 떨어지고, 질소산화물 저감 기술이 발전하면서 메탄올의 LNG 대비 상대적 단점이 줄었다. 반면 LNG 사용에 필요한 고압·극저온 유지용 설비의 단점은 부각되고 있다. 메탄올은 일반적인 대기압과 상온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해 저장과 이송이 쉬워, 항만 및 선박의 기존 연료 공급 관련 인프라를 간단히 개조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머스크는 향후 기존의 컨테이너선을 메탄올 추진 선박으로 개조해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근까지 한국조선해양은 메탄올 운반용 탱커를 중심으로 메탄올 추진 이중연료 엔진을 적용하며 시장을 선도해왔다. 지난 2016년 현대미포조선이 세계 최초로 5만DWT급 메탄올 추진 탱커를 완성해 노르웨이 선주사 웨스트팔-라르센에 인도했다. 캐나다의 메탄올 생산·유통업체인 메타넥스(Methanex)의 해운 자회사 워트프론트쉬핑(Waterfront Shipping)이 운용하기 위해 만든 배였다. 이후 2020년 4월 수주한 메탄올 추진선 8척도 워터프론트쉬핑이 운용할 메탄올 운반선이었다.

중국 국영 조선그룹인 CSG는 산하 광선국제(GSI)를 통해 메탄올 추진선 기술을 축적해 왔다. 광저우 소재 조선소인 광선국제는 지난 2019년 11월을 시작으로 스웨덴 스테나벌크와 스위스 프로만쉬핑이 합작한 프로만스테나벌크(Proman Stena Bulk)로부터 5만DWT급 메탄올 추진선을 6척 수주했다. 광선국제는 지난 4월 메탄올 추진선 1호기를 진수해 시운전에 들어갔다.

머스크(Maersk)가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의 렌더링 사진. /머스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