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사진) LG에너지솔루션(373220) 부회장이 다음달 초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질적 성장’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스마트팩토리의 추진 현황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고객사가 유럽에 포진해 있는 만큼, 사업 협력 확대 논의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다음달 초 유럽으로 2주간 출장을 떠난다. 지난 5월 미국에 다녀온 지 두 달도 안돼 또다시 비행기에 몸을 싣는 셈이다. 당시 권 부회장은 제너럴모터스(GM) 합작공장을 포함한 사업장을 점검하고 주요 고객사를 만났다. 이번 유럽 출장에서의 주요 행선지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 생산 거점인 폴란드 공장은 2016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현재 연 7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1회 충전에 400㎞를 주행하는 전기차 12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공장을 통해 유럽에 진출한 이후 BMW, 포드,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공장./LG에너지솔루션 제공

이번 출장에서 권 부회장은 폴란드 공장의 ‘스마트팩토리’ 추진 현황을 점검하는 데 출장 기간의 절반인 약 1주일을 소요할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팩토리는 데이터에 기반한 완전 자동화 라인을 통해 무결점 품질의 제품을 높은 수율(생산 제품 중 양품 비율)로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이후 신설되는 모든 생산 라인을 스마트팩토리 기반으로 운영할 계획인데, 폴란드 공장 등 기존 생산라인에서도 관련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권 부회장은 “제조지능화는 배터리 품질 고도화, 제조 공급망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역량”이라고 강조한다. 생산능력을 늘리는 ‘양적 확장’에만 몰두한 채 ‘질적 성장’을 게을리 했다간 글로벌 배터리 대전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배터리 공장은 근무자의 숙련도에 따라 수율이 다르고, 같은 생산시설에서 만들어도 효율성이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의 신체나 경험보다 수백배 더 정확한 다양한 센서를 활용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스마트팩토리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완성차 고객사들도 배터리사의 수율 향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권 부회장은 취임 직후인 작년 11월 고려대에 ‘배터리-스마트팩토리 학과’를 신설해 관련 인재를 직접 육성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엔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기술 선도 업체인 독일 지멘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2월엔 머신러닝 세계 석학인 변경석 박사를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영입, 스마트팩토리 전환 작업을 맡겼다.

나아가 유럽 내 주요 고객사와 협력 확대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공장의 70GWh 생산 능력을 2025년까지 100GWh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럽 내 추가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방안도 꾸준히 거론돼 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기업공개(IPO)로 확보한 자금 중 1조4000억원을 유럽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데 투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