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으로 2년 넘게 ‘보릿고개’를 경험한 여행업계가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분위기에 따라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이 기간에 직원들을 내보내는 등 존폐 기로에 몰렸던 여행 스타트업(초기기업)에도 자금이 모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호텔·숙박 예약 플랫폼 ‘여기어때’는 지난 4월 말 5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를 1조2000억원으로 평가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 비상장사)에도 올랐다. 미래에셋캐피탈 주도로 KDB캐피탈, GS리테일 등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기어때가 국내 여행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어 엔데믹 상황에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것이 대규모 투자 유치 배경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 모습. /뉴스1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던 2020년 432억원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한 바 있는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은 올 3월 국내 최대 영유아 여행 플랫폼 ‘동키’를 인수하며 가족여행 수요에 대비한 투자에 나섰다. 박물관 투어나 영어캠프, 미술 수업 등 가족 단위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체험 상품 300여개를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쪽으로도 상품 구성을 늘려나간다는 구상이다.

취미·여가 플랫폼 ‘프립’은 올 들어 8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단계 투자를 이끌어냈다. 지난 5월 20일에는 국내 호텔 한 달 살기 플랫폼 ‘호텔에삶’을 운영하는 트래블메이커스가 1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 일과 휴가를 결합한 워케이션(workation)이나 원격 근무를 도입하거나 도입하려는 기업들의 문의가 급증하면서 회사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9회 국제차문화대전을 찾은 시민들이 차 시음을 하고 있다. 코엑스 관계자는 "대관 문의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숙박업종에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벤티드’는 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유사 서비스를 제공 중인 숙박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 ‘온다’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아기 유니콘’ 200개 기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회사는 구글이 지원하는 숙소 검색·예약 서비스 ‘구글호텔’의 국내 첫 제휴사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200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유치한 상태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오프라인 행사 절벽’을 겪은 마이스(MICE·기업회의와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스타트업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현재 행사 같은 이벤트 관련 스타트업인 이벤터스나 딜리셔스 같은 초기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멈춰 있는 상태다. 코엑스 관계자는 “2023년 행사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예약이 진행되는 등 방역 지침 완화에 따라 대관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