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화물선(벌크선) 운임이 2분기 들어 다시 강세를 보이면서 팬오션(028670)대한해운(005880) 등 벌크선사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실적이 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벌크선사들은 확보한 현금을 토대로 미래 먹거리인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2주 넘게 3000선을 웃돌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올해 최고치인 3369까지 찍었다. 1분기 평균(2041)보다 50%가량 높은 수준이다. BDI가 뛴 배경으로 ▲중국 정부가 상하이 봉쇄 해제와 함께 경기 부양에 나선 점 ▲기상 문제로 차질을 빚었던 브라질의 철광석 생산이 정상화된 점 ▲유럽·인도의 석탄 수입이 많이 늘어난 점 ▲남미 곡물 수출이 본격화한 점 등이 꼽힌다.

대한해운엘엔지의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선 K.LOTUS호가 출항하고 있다. /SM그룹 제공

BDI는 석탄, 철광석, 곡물 등을 싣고 23개 주요 해상 노선을 지나는 벌크선의 운임과 용선료 등을 종합해 산정하는 지수다. BDI가 높을수록 벌크선사들의 실적도 강세를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팬오션이 2분기 매출 1조4192억원, 영업이익 147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25.6%, 31.5% 높은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같은 기간 대한해운의 영업이익도 42.4% 늘어난 650억원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고운임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2022년 5월 건화물선 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경기 부양이 시급한 중국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당분간 건화물선 시장에 상승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금리 정책이 언제까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 큰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벌크선사들은 LNG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LNG 물동량은 지난 20년 동안 1억200만톤(t)에서 3억8000만t으로 272% 증가하면서 원유(9%)나 석탄(144%)의 성장률을 웃돌았다. 특히 탄소 감축과 맞물려 LNG 프로젝트들이 활발해지면서, 전 세계 LNG 생산량이 2020년 4억5300만t에서 2030년 7억800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박들의 LNG 연료 선호가 뚜렷해지면서 벙커링(선박 연료보급) 사업 전망도 밝다.

벌크선사들은 이에 LNG 운송·벙커링 선대를 확장하고 나섰다. 팬오션은 앞으로 4년간 LNG운반선 6척을 건조하는 등 10억56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대한해운 역시 2년 동안 9868억원을 들여 LNG운반선 4척과 LNG벙커링선 1척 등을 건조하기로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건화물 물동량의 핵심이었던 석탄의 경우 ‘탄소 중립’ 과정에서 결국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벌크선사들이 생존을 위해서라도 LNG 등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