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의료영상 설루션 스타트업 ‘코어라인소프트’는 지난달 독일과 벨기에의 대형병원과 진단 설루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국내 80여개 중·대형병원에 국가폐암검진 설루션을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다.

코어라인소프트가 공급하기로 한 설루션은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얻은 영상정보를 자동으로 분석해 폐암을 비롯한 흉부 질환을 한번에 판독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이다. 코어라인소프트 관계자는 “유럽은 의료 선진시장으로, 정확한 진단과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AI 진단 설루션 도입에 적극적”이라며 “수년 동안 축적된 신뢰를 기반으로 유럽 전역에서의 매출 확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약에는 코어라인소프트의 유럽 내 평판이 영향을 미쳤다. 그간 코어라인소프트는 독일 등 여러 국가의 임상 프로젝트에 단독으로 설루션을 공급해왔다. 같은 달 대만 대형병원과도 공급 계약을 맺어, 현재 10여개국에 진단 설루션을 수출하고 있다.

한 영상의학전문의가 ‘루닛 인사이트 CXR’을 사용해 흉부 엑스레이를 분석하고 있다. /루닛 제공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발을 넓히고 있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을 넘어 유럽과 미국에서도 연이어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규제 완화와 수가 현실화로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앞둔 루닛은 창업 10년도 되지 않아 글로벌 AI 의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루닛은 AI를 기반으로 한 암 진단·치료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응급질환 자동분류 설루션과 유방암 검출 설루션에 대해 정식 허가를 받았다.

여기에 힘입어 GE헬스케어와 필립스, 후지필름 등 의료기기 분야의 글로벌 선두기업과 독점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600개 이상의 의료기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루닛의 올해 1분기 해외 매출은 약 26억원으로, 그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66%에서 87.5%로 성장했다.

국내 1호 AI 의료 설루션을 개발한 뷰노(338220)는 현재 국내외 280여개 의료기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주로 AI가 CT 영상을 분석해서 질병 진단을 돕는 설루션을 개발해 판다. 이달엔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선진입 의료기술로 확정돼 비급여 사용이 가능해졌다.

해외에는 일본 소니 자회사 M3와 판권 계약을 맺어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대만 최대 의료종합기업인 CHC 헬스케어 그룹과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향후 남미 등 공급 국가를 늘려갈 방침이다.

뷰노 제공

업계의 성장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발간한 글로벌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AI 의료기기 시장은 연 평균 40%대 성장률을 보이며 2026년엔 110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AI 설루션 등 소프트웨어 부문은 2020년부터 연 평균 45% 성장해 2026년에는 36조원 규모, 하드웨어 부문은 같은 기간 연 평균 43%씩 성장해 1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 부문은 2020년부터 52%씩 성장해 2026년 6조원 시장이 예상된다.

다만 국내 생태계가 침체된 점은 걸림돌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달 발간한 ‘AI 스타트업 생태계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AI 스타트업 가운데 의료산업은 20.6%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그러나 AI 스타트업 가운데 초기 투자 단계에 머물러있는 기업은 60%에 달했다. 전체 산업군에서는 이 비율이 50%를 밑돈다. 그만큼 AI 분야에서 후속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헬스케어는 국내에서 규제와 수가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대표는 “루닛, 뷰노와 같은 1세대 AI 의료 기업들이 시장에 이미 진입해 있는 상황에서 비좁은 규제의 틈을 파고들면서 과감히 창업하고 투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기다 스타트업들의 혁신 의료기술이 당국 허가를 받더라도 수가 문제 때문에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의료기기는 하드웨어에서 AI 설루션 등 소프트웨어로 확장하고 있는데, 수가는 여전히 하드웨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들은 수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에 특화된 새로운 수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