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유연탄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최대 발전원인 석탄화력발전에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이 추세가 이어지면 유연탄 가격이 가장 비싼 연료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연료비 상승은 한국전력(015760) 등 발전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18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5월 유연탄의 킬로와트시(kWh)당 연료비 단가는 101.38원으로 집계됐다. 전력거래소가 2001년 1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유연탄 연료비 단가가 1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전 5월(53.07원)보다는 91%, 올해 1월(79.31원)보다는 28% 증가했다. 유연탄은 석탄화력발전의 주 연료이자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연료다. 작년 국내 전력거래량에서 유연탄 비중은 35%로 LNG(30%), 원자력(28%)보다 높았다.

그래픽=이은현

유연탄 단가가 급등한 것은 원자재 수급 불안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세계 각국의 탈석탄 정책으로 유연탄 생산량이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요 석탄 생산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면서 공급량이 더욱 줄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가 러시아에서 수입한 유연탄은 1933만톤(t)으로, 호주(5769t)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여기에 또다른 석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국내 물량을 확보한다며 석탄 수출을 금지하고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석탄이 대체제로 떠오르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유연탄 가격 상승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는 국제사회 제재에 보복하겠다며 이달 초 한국 등 비우호 국가에 원자재 수출을 금지하는 대통령령까지 마련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에 유연탄과 LNG 연료비 단가 역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연탄과 LNG의 연료비 단가 차이는 이달 44.49원까지 좁혀졌다. 1월(78.76원) 대비 44% 축소된 수준이다.

유연탄 가격 상승은 한전과 산하 발전공기업의 수익성을 더욱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현재 한전 산하 5개 발전공기업은 적게는 65%, 많게는 89%까지 유연탄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돌려 전기를 만들고 있다. 한전은 1분기에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그 원인으로 정체된 전기요금과 자회사 연료비·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 급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하반기 원가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이고, 추가적인 조치가 없다면 (한전의) 연간 영업손실은 20조원이 넘을 전망”이라며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30% 이상 올려야 하지만 물가 안정화가 더 시급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완전한 가격전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는 한전의 연간 영업손실 전망치를 30조원까지 올려잡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대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자력 연료비 단가는 이달 kWh당 6.36원으로 작년 12월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2020년 2월 이후 지금까지 6원대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연료인 우라늄은 10년 단위 장기 계약으로 물량을 확보하기 때문에 수급 이슈 영향을 적게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