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운사의 노후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지원받은 선박의 16%가 중국·일본조선소와 건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당 보조금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평가다.

12일 해운·조선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2018년부터 ‘친환경 선박 전환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후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 건조하는 해운사에 선박 가격의 최대 10%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 사업을 통해 2018년부터 이달까지 평균 선령 21년인 총 56척을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는 건조 계약이 체결됐다. 정부는 861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선종은 컨테이너선과 케미칼선 등으로 다양하다. 183만GT(총톤수)의 노후 선박이 242만GT의 친환경 선박으로 바뀔 예정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한국조선해양 제공

친환경 선박 전환 지원 사업에 선정된 56척 가운데 47척(84%)은 국내 조선소와 건조계약을 맺었다. 현대중공업그룹 물량이 많았다. 현대미포조선이 17척, 현대삼호중공업 11척, 현대중공업 3척 등이다. 이어 대선조선 7척, K조선(옛 STX조선) 5척, 대우조선해양 2척, 삼성중공업(010140) 1척, 대한조선 1척 순이었다.

9척은 외국 조선소에 발주가 이뤄졌다. 일본 하카타(HAKATA)와 시타노에(SHITANOE)가 각각 4척이고, 중국 이정양쯔(YIZHENG YANGZI) 1척이다. 사업 초기 세금으로 건조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만큼 국내 조선소와 건조 계약을 맺도록 제한했지만,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 등이 불거지면서 조선소 관련 제한이 사라졌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국내 조선소 건조 선박에만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조선산업 경쟁국 등에서 부당지원이라는 반발이 있어 해외 조선소로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조선소에 발주한 선박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지원금 비중으로 보면 6.3%(54억5000만원)”라고 말했다.

해운·조선업계에서는 친환경 선박 전환 사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갈수록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 등은 2023년부터 시행된다. CII는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매년 측정해 A부터 E까지 5개 등급을 매기는 것이 골자다. 선박이 D등급을 3년 연속 받거나 E등급을 한번이라도 받으면 연비 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에도 연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운항할 수 없다.

해양수산부가 앞서 국제항해선박(외항선)을 대상으로 CII를 점검한 결과, 234척(34.2%)이 D, E등급이었다. 앞으로 우리 외항선 3척 가운데 1척은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운항 속도를 줄여야 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

중소조선사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토대로 중소선사들도 노후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면, 그만큼 중소 조선사도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며 “사업을 더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선박 전환 지원 사업은 올해 12월로 종료될 예정이다.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사업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은 “국적선사의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력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가능한 지원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