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로 진에어(272450)·에어부산(298690)·에어서울을 합친 이른바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탄생이 예고된 가운데, 본사 위치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을 중심으로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통합 LCC의 본사의 소재지를 부산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여객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있어야 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KDB산업은행은 김윤일 부산시 경제부시장, 이영활 부산상의 상근부회장 등과 만나 통합 LCC 본사 이전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역 항공 산업 발전과 통합 LCC 본사 위치 등과 관련해 양측이 긴밀히 협의하자는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일 인천국제공항에 아시아나항공, 에어서울, 대한항공 여객기가 서 있다. /뉴스1

업계에서는 차기 정부에서 이미 통합 LCC의 본사 소재지를 부산 지역으로 낙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지난달 산업은행, 국토교통부 관계자들과 만나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둬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당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구체적인 통합 LCC 출범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을 완료한 뒤, LCC들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진에어는 한진그룹의 계열사이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들 LCC의 항공기 등록 대수는 진에어 25대, 에어부산 25대, 에어서울 6대로 총 56대다. 규모만 보면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089590)(39대)을 넘어선다. 부산 입장에서는 국내 최대 LCC의 본사를 유치할 경우 세수 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에어부산의 지분 구조도 부산이 통합 LCC 본사 유치를 주장하는 배경과 관련이 있다. 현재 에어부산의 대주주는 지분 42.83%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이지만, 부산 향토 기업인 서원홀딩스와 동원홀딩스도 지분을 각각 3.68%, 3.11%씩 보유하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2.97%, 부산은행은 2.5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전체 지분 가운데 12.35%가 부산과 관련이 있는 셈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에어부산이 지역 기반 항공사라는 점 외에도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통합 LCC를 부산에 유치해야 가덕도신공항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게 지역 사회의 주장이다.

에어부산 항공기와 승무원 모습. /에어부산 제공

일각에서는 통합 LCC 본사를 부산이 아닌 수도권에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통합 LCC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여객 수요가 많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이 있는 수도권에 본사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기준 유임 여객의 약 67%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이용했다. 같은 기간 김해공항을 이용한 유임 여객은 약 11%에 불과했다.

민간 기업의 본사 소재지를 두고 지자체나 정치권이 강요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진에어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하는 상황에서 피인수 기업의 소재지로 본사를 옮길 이유는 없다”며 “본사 이전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은데도 지역 균형 발전을 이유로 사기업에 본사 이전을 강요하는 것은 반(反)시장적 행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