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이 지난 달 발전사에서 전기를 1킬로와트시(kWh) 당 약 200원에 구매해 100원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를 팔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한전은 올해 20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한전에 따르면 3월 평균 전력도매가격(SMP)은 kWh 당 192.75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84.22원)보다 128.9% 상승한 금액이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단가가 같은 기간 121.3% 오르면서 SMP 상승을 견임했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도매가격으로, 국제유가에 따라 변동된다.

SMP가 치솟으면서 한국전력의 전력거래금액은 7조1580억원으로 전년 동월(4조651억원) 대비 76.1% 증가했다. 한전은 코로나 경기 침체가 일부 회복되면서 전력 거래량이 늘었다고 분석했지만, 3월 전력거래량은 4만6256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월 대비 5.9% 증가하는 데 그쳤다. SMP 급등이 전력거래금액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1분기 누적 전력거래량도 14만2724GWh로 전년 동기 대비 5.2% 늘었으나, 전력거래금액은 21조6813억원으로 같은 기간 70.4% 증가했다.

서울의 한 주택가 전기계량기./연합뉴스

한전의 지난해 전력 판매단가는 1kWh당 108.1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올해 1분기(1~3월)에 적용되는 전기요금을 동결했기 때문에 3월 판매단가는 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세 차례나 유보하면서 한전의 재정 건전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한전은 운영자금을 대부분 회사채로 조달하는데, 올 1분기에만 지난해 1년 동안 발행한 금액(10조4300억원)과 비슷한 9조6700억원을 발행했다. 지난해 한전 연결기준 차입금 잔액은 약 80조5000억원이었다. 1분기 회사채 발행금액을 더하면 1분기 말 차입금 잔액은 90조원에 달한다.

한전의 손실이 누적되면 세금이 투입된다. 한전이 2조798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지난 2008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6680억원을 지원했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료비 조정단가가 동결된다면 한국전력의 적자 폭이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며 “적자 폭이 확대되는 요인은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한전의 비용 증가로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