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시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라 부분 봉쇄되면서 중국발(發) 2차 물류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물동량을 자랑하는 항구와 공항은 정상 운영 중이지만, 육로 운송과 지상 조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화물항공기 결항이 잇따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27일 상하이시 봉쇄를 발표했다. 지난 28일부터 4월 1일까지는 황푸강 기준 동쪽 지역인 푸둥(浦東) 지역을, 4월 1일부터 4일까지는 서쪽 지역인 푸시(浦西) 지역을 봉쇄해 전 시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핵산검사를 진행한다. 봉쇄 기간 동안 대중교통과 개인차량 이동이 전부 금지되며, 핵심 공공서비스 관련 업무를 제외한 모든 기업 업무는 재택근무로 진행된다.

코로나19 봉쇄령이 내려진 중국 상하이에서 지난달 28일 보호복을 입은 경찰이 황푸강을 건너 푸둥신구로 통하는 터널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항구와 공항은 봉쇄를 피했다. 전 세계 공급망에 혼란이 올 것을 우려한 것이다. 각 항만당국에 따르면 상하이항은 중국 최대 수출입 항구로, 지난해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이 470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를 넘기며 12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미국발 물류 대란을 야기한 로스엔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이 포함된 북미 서안 7개 항만의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은 상하이의 66% 수준인 3100만TEU다. 푸둥국제공항은 지난해 324만톤(t)의 국제 화물을 처리하며 세계 항공화물 물동량 3위로 나타났다.

세계 공급망 안정을 위해 상하이시는 항구와 공항을 모두 정상 운영하고 있지만, 문제는 지상 조업과 운송 작업이다. 화물 운송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하적뿐만 아니라 지상 조업, 보세창고 보관, 육로·철도·연안 운송 등의 과정도 뒤따라야 한다. 선박이나 항공기가 제때 도착해 화물을 내리더라도 이 과정이 지연되면 다음 하적에 영향을 미친다.

조업 및 운송 인력은 도시 봉쇄의 영향으로 발이 묶인 상황이다. 미 물류 전문 매체 아메리칸 시퍼에 따르면 봉쇄 지역을 오가는 화물 운송기사들은 48시간 이내에 발급된 코로나19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검사 건수 폭증으로 이 과정이 지체되고 있어 대기 시간만 12시간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앞서 미국 물류대란 당시에도 트럭기사 인력 부족에 따른 육송 지체가 항만 적체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하적 화물을 보관할 창고도 닫혔다. 세계 2위 선사 머스크(Maersk) 측은 로이터통신에 봉쇄령에 따라 상하이의 컨테이너 창고들이 문을 닫았다며 “상하이 안팎의 트럭 운행이 30%가량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상하이의 도심 고속도로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봉쇄령 여파로 텅 비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같은 현지 상황 때문에 화물 항공편이 결항되기도 했다. 현지에서 조업 인력이 없다면서 비행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항공(003490) 관계자는 “항공화물 가운데서도 특히 육류나 과일 등 변질이 쉬운 화물은 현지 조업사가 냉장 창고로 옮기는 작업이 중요한데, 봉쇄 때문에 조업 여부가 매일 달라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푸둥국제공항으로 매일 한 편씩 화물항공기를 띄우고 있는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상하이행 화물 운송편 3편 중 2편이 결항됐다고 밝혔다. 이날은 항공기를 띄웠지만, 앞으로의 비행 계획은 전부 현지 상황에 달렸다. 항공사들은 조업 불가로 보내지 못한 물량은 다음 항공편에 더 실어 보내는 등 임시방편으로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발 2차 물류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운의 경우 이미 화물 10개 중 7개는 지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1월 컨테이너선사들의 평균 정시 운항률은 30.9%로 역대 최저를 찍었다. 상하이항 앞에도 선박들이 대기 중이다. 세계 해운데이터 제공업체 배슬스밸류(VesselsValue)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상하이항 인근에는 300척의 선박이 대기 중이다. 이는 지난해 평균치의 2배이며, 평균 50여척이었던 2017~2021년의 5배 넘는 수치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상하이 봉쇄에 따른 여파가 아직은 임시방편으로 대처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봉쇄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분명히 문제되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