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종합광고대행사들이 최근 AR·VR(증강현실·가상현실) 관련 디지털 기업을 인수하는 등 메타버스·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9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계열 종합광고대행사(종대사)들은 최근 디지털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계열 광고회사 대홍기획은 지난 25일 메타버스 플랫폼 전문 기업 오썸피아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대홍기획은 오는 6월 출시될 예정인 가상관광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 라이브(Meta-Live)’ 브랜딩·대외 홍보·광고상품 기획 등을 전담할 계획이다. 대홍기획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메타버스 게임 기업 해긴과 메타버스형 마케팅 및 커머스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오썸피아의 가상관광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 라이브'. /대홍기획 제공

현대차(005380)계열 광고회사 이노션(214320)은 지난 22일 VFX(시각적 특수효과) 영상 제작 스튜디오 기업 ‘스튜디오레논’ 지분 47.5%를 290억원에 매입하며 메타버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20년에 설립된 스튜디오레논은 VFX, 뉴미디어 등 특수영상을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으로, 국내외 대형 게임사나 광고 프로덕션과 일하고 있다. LG(003550)계열 광고회사 HS애드도 지난해 영화 승리호 등 CG·VFX 제작에 참여한 위지윅스튜디오(299900)와 3차원 가상 세계에서 전시 이벤트를 열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관련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주요 광고회사들은 최근 2~3년 사이 디지털 역량 확보를 위한 M&A(인수·합병)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 계열 광고회사 제일기획(030000)은 지난해 디지털 기반 광고대행사 하이브랩에 지분 투자하는 등 2008년부터 약 12년 동안 관련 기업 9곳을 인수했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처음으로 디지털 사업 매출이 총이익의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 디지털 마케팅 기업 디퍼플을 인수한 이노션도 디지털 광고 매출이 전년보다 7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회사가 디지털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는 배경은 사업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가 주목을 받으면서 주 고객사인 대기업들도 메타버스 마케팅을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 또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행사들이 온라인으로 병행되면서 이를 대행하는 광고회사 자체적으로도 VR·AR 등 메타버스 관련 기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또 기존 광고 제작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워지면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NFT가 대표적이다. 제일기획은 최근 해외 석박사를 대상으로 NFT·블록체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경력직을 모집하는 등 올해 NFT 사업을 비롯해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등 디지털사업 확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른 회사들도 최근 이어진 M&A를 바탕으로 향후 NFT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SM엔터테인먼트 계열 광고회사 SM C&C가 만든 셀럽브랜드. 셀럽브랜드는 SM C&C가 SM엔터 셀럽(유명인)과 함께 제작·판매하는 제품들의 통합 브랜드다. 셀럽이 직접 자신의 취향, 취미 등이 반영된 최애 관심분야를 선정해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까지 참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SM C&C 제공

메타버스·NFT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IP)도 풍부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일기획은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253450)과 ‘드라마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고 IP를 활용한 상품을 기획·제작하기로 했다. 지난달 디지털 콘텐츠 전문기업 퍼펙트스톰과 MOU를 체결한 SM C&C(048550)도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소속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기획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업계 전반적으로 기존 광고 제작 위주의 사업에서 디지털로 전환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졌다”면서 “앞으로도 국내외 관련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해 종합적인 디지털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추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