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이 지난해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무 건전성에 직격탄을 맞았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부채비율은 2300%에 달해 국내 상장 항공사 가운데 가장 높았고, 저비용항공사(LCC) 중에선 티웨이항공(091810)이 1494%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항공사들은 국제선 재개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으나, 고유가·고환율 충격에 여전히 경영 환경이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 항공사 6곳 가운데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잠식 상태는 면했지만,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2282%를 기록했다. 1343%였던 전년 대비 900%포인트(P) 이상 상승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작년 말 기준 42%에 불과했다. 35%였던 전년 대비 7%P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동비율은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유동자산)을 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유동부채)로 나눈 값을 말한다. 같은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003490)이 같은 기간 부채비율을 634%에서 275%로 절반 이상 낮추고 유동비율은 47%에서 80%로 높인 것과 대조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화물 사업 활황으로 별도 기준 455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재무 구조가 악화된 원인은 환율 상승에 따른 환손실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항공사는 항공기 임대료와 항공유 등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막대한 환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외화환산손실액은 5353억원으로 2820억원이었던 전년 대비 2배에 달했다. 여기에 법인세 미납금에 대한 1000억원이 넘는 충당금 설정도 재무건정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같은 영업 외 비용을 반영한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880억원이었다.
재무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LCC도 마찬가지다. 작년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티웨이항공은 1494%의 부채비율을 기록해 LCC 가운데 가장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517%였던 전년 말 대비 약 3배로 늘어난 셈이다. LCC 맏형 격인 제주항공(089590)은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430%에서 587%로 늘었다. 진에어(272450)와 에어부산(298690)은 각각 248%, 674%의 부채비율을 기록해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잠식에 빠진 상장 LCC도 2곳에 달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은 각각 자본잠식률이 35%, 33%를 기록해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항공사의 자본잠식률이 1년 이상 50%를 넘어설 경우 국토교통부는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명령 이후에도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항공사업자 면허취소도 검토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5월 11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재무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항공업계는 지난 21일부터 백신접종을 마친 해외입국자의 자가격리가 면제된 만큼 실적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의 자가격리 면제 발표 이후 해외여행 문의와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코로나 확진자 수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환율과 유가까지 치솟고 있어 재무 건전성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이판, 괌 노선을 중심으로 항공편을 늘리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라면서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선 데 이어 항공유 가격까지 1년 새 2배 가까이 오르면서 도저히 올해 경영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