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정유업계 주요 기업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장가동률이 떨어졌던 2020년과 달리 지난해 조업이 정상화하면서 생산량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2일 회사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동국제강(460860)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는 직·간접배출(Scope1+Scope2) 합계 188만7345톤(t)이었다. 2020년 183만1350t보다 3.1%(5만t)가량 많았다. 이는 철강부문 생산량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동국제강의 지난해 철강부문 생산량은 봉·형강, 후판, 컬러강판 등 총 602만6853t으로 2020년(583만6864t)보다 3.3% 증가했다.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004020)은 제품 생산량이 2020년 2113만5000t에서 지난해 2088만7000t으로 줄었는데도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가 11만t(0.4%) 늘었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전기로 업체의 특성상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탄소 기반 연료원의 발전량 비중이 늘어난 게 온실가스 간접 배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단일 기업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포스코(POSCO)는 사업보고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스코의 조강(쇳물)생산량이 2020년 4057만9000t에서 지난해 4296만4000t으로 5.9% 늘어난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는 무상할당 배출권 수량을 초과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배출부채도 지난해 843억6400만원으로 잡아, 2020년보다 7.3% 늘어났다.

석유화학업계와 정유업계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다. 코로나 사태로 주춤했던 생산이 정상화하면서, 설비 가동률이 늘어난 영향이다. LG화학(051910)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807만1712t에서 2021년 888만8041t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011170)은 523만8831t → 642만3971t, GS칼텍스는 785만4262t → 825만8544톤, S-Oil(010950)은 957만9000t → 993만3000t 등 모두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보다 늘었다.

S-Oil은 “2021년에는 대규모 정기보수 없이 지속해서 공장을 가동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다”며 “지속 성장을 추구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충남 보령시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 /홈페이지 캡처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국제사회에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보다 40%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국가 목표로 명시한 탄소중립기본법도 오는 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기간에 감축하기 어렵고, 수소환원제철과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등 탄소감축을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배출권거래제에 참여 중인 346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의 탄소중립 이행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탄소중립 이행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은 26.3%에 그쳤다. 그러면서 투자비용 부족(34.1%)과 탈탄소기술 등 감축수단 부족(26.9%), 재생에너지 인프라 부족(15.3%) 등을 탄소중립 이행 관련 어려움으로 꼽았다.

기업들은 정부에 바라는 최우선 정책과제로 ‘탄소감축 투자 지원(40.8%)’을 꼽았다. 이어 탄소감축 기술 연구개발 지원(20.2%)과 재생에너지 기반 구축(14.7%), 법제도 합리화(13.9%)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한상의 김녹영 탄소중립센터장은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기업이 주도적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