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전망하는 경기 전망이 3개월 만에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전환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를 해제 또는 완화하면서 기업들의 수출 호조 기대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라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3월 BSI 전망치는 102.1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100.3) 이후 3개월 만에 기준선 위로 올라선 것이다. BSI는 100 아래면 전월 대비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한다는 의미이고,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 전망을 뜻한다.

그래픽=손민균

전경련은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잇달아 코로나19 방역조치를 해제·완화함에 따라 국내 상품의 대외수요 증가 및 수출 탄력 기대감이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미국의 경우 뉴욕 등 6개 주에서 마스크 의무착용을 폐지했고, 영국도 실내 마스크 의무착용과 백신패스를 폐지했다. 프랑스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에 한해 코로나19 검사를 제외했다.

이 외에도 전경련은 “국내 코로나 확산세로 인한 셀프치료제, 진단키트 등 의료용품 수요 급증에 힙입어 의약품 BSI 전망치(133.3)가 크게 상승한 이유도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케어인사이트 패널 조사에 따르면, 올해 2월 1일부터 7일까지 자가진단키트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5942.7% 폭등했다.

부문별 3월 BSI 전망치는 내수(104.2), 수출(104.2), 투자(101.8), 고용(104.5) 4개 부분이 긍정적으로 전망됐다. 반면 자금사정(100.0)은 기준선에 걸쳤고, 채산성(99.1)과 재고(101.2)는 부진했다. 재고는 100 이상일 경우 과잉 재고를 뜻해 부정적이다. 채산성 전망치의 경우, 작년부터 지속된 국제 원자재가격의 상승으로 지난해 6월부터 9개월째 기준선(100.0)을 밑돌고 있다.

전경련은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의 영향으로 원유 가격이 올해 연초 대비 급등했으며, 이로 인한 수익성(정제마진) 악화 우려로 석유정제 및 화학 업종의 3월 BSI 전망치(88.5)가 기준선을 크게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간 업종별 경기전망은 달랐다. 수출 호조 기대감으로 제조업의 3월 BSI는 104.5로 경기전망이 낙관적인 반면, 비제조업의 3월 BSI는 99.3으로 경기전망이 부진했다. 전경련은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언제 정점에 진입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며, 이에 따라 대면 서비스 업종인 여가·숙박 및 외식(66.7)이 크게 위축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이번달 경기전망이 낙관적이라고는 하나, 국제 원자재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격화 우려로 기업경영의 시계가 매우 불투명하다”며 “유사시를 대비한 원유 등 핵심 원자재 수급 안정화 대책 마련은 물론 수입관세 인하 등으로 기업 채산성 악영향을 완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