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CJ대한통운(000120) 노동조합이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했다. 올해만 4번째다. 노조가 실제 파업을 강행할 경우 물류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택배 대리점 입장에선 택배 접수를 막는 집화 제한 조치가 불가피해 기업 고객과 소비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2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는 오는 23일 총파업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이번 투표에서 파업 찬성표가 많이 나오면 조합원 1700여명이 28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 앞서 노조가 실시한 총파업 설문조사에서 조합원 86%, 비조합원 74%가 파업에 동의한 것으로 집계된 만큼,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택배노조가 지난 20일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CJ대한통운 전국대표자 총파업 선포대회를 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는 오는 23일 찬반투표를 거쳐 오는 2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 노조 “택배요금 인상분 분배” vs. 사측 “자동화에 투자”

노조는 택배요금 인상으로 발생한 초과 이윤 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올해 초 택배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과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건당 택배 요금을 170원 올렸다. 이 가운데 택배 분류 작업 목적으로 택배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58원이다. 170원 인상분 전액을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롯데, 한진, 로젠 택배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내년 인상분까지 포함해 사측이 가져가는 초과이윤이 약 3500억원”이라며 “국민들이 과로사 방지하고 택배 기사 처우를 개선하라고 용인한 요금인상을 사측이 돈벌이에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표준계약서에 ‘당일 배송’ ‘주 6일제’ 등 과로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CJ대한통운은 타사 대비 분류 작업 비용이 적은 이유에 대해 휠소터(자동분류장치) 등 자동화 시스템 설비를 구축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올해에만 총 1400억원을 투자해 서브터미널 82곳에 소형 택배 상품 전담 분류기인 ‘멀티 포인트’(MP·Multi Point)를 도입했다. 여기에 오는 2023년까지 2조5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기술을 물류 처리 과정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택배 기사들이 분류작업에서 제외됨에 따라 분류 전담 인력도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노조가 과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 계약서의 문구 역시 ‘택배 회사-택배 대리점-택배 기사’로 이어지는 계약 구조에 따라 대리점이 자체적으로 추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택배 대리점 업주는 “노조가 지적하는 당일배송 등의 문구는 지난 수십년간 물류업계가 지켜온 일종의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며 “택배 기사들에게 강요하지도 않고,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도 없다”고 말했다.

올해 6월 택배노조가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쌓여있는 택배물품은 파업으로 정체된 것들이다. /연합뉴스

◇ 올해만 4번째 파업 결의… 연말 택배 대란 불가피

노조가 파업을 단행할 경우 택배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상 연말연시 성수기에는 택배 물량이 평소 대비 40% 이상 급증한다. 총파업 참여 예상 인원은 CJ대한통운 전체 택배기사 인력의 10% 수준이지만, 비노조원의 산발적 참여와 총파업 기간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택배 기사 1명이 평균적으로 처리하는 택배의 양은 하루 200~300개다. 1700명이 파업을 강행할 경우 매일 최대 51만개 물량의 배송에 차질을 빚어질 수 있다. 앞서 올해 6월 CJ대한통운 등 택배사들이 총파업을 벌였을 때도 배송에 일부 차질이 발생한 바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파업 규모가 커질 경우 아예 택배 접수를 막는 ‘집화 제한’이 불가피하다”며 “온라인 판매업자 등 기업 고객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 노조의 파업 위기는 연말연시, 명절 등 물류 대목마다 반복되는 모양새다. 올해 초에도 설 연휴를 앞두고 CJ대한통운, 우체국, 한진, 롯데, 로젠 등 5개 택배사가 총파업을 예고했다가 막판에 극적으로 타결된 바 있다. CJ대한통운의 이번 파업 결의는 올해에만 4번째다.

택배 대리점 관계자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에 대한 노조의 불만도 이해는 되지만, 올해 사회적 합의에 따라 내년 1월부터 택배 분류 작업에서 택배 기사들이 제외되는 등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며 “기업에서도 택배 기사들 처우 개선에 적극 동참하는 등 서로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