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세계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들의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친환경 사업을 육성하려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2025년부터는 캐나다에서 생산된 물품은 ‘신북미자유협정(USMCA)’의 무관세 혜택이 적용된다는 점도 기업엔 매력적인 요소다.

14일 현지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캐나다 IT 전문매체 더 로직은 소식통을 인용해 “LG(003550)는 온타리오주, 연방정부와 최대 21억달러(약 2조4730억원) 규모의 잠재적 투자 조건을 제시한 문서를 교환했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미국 내에 짓는 3개 공장 외에 추가로 북미에 생산거점을 확보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캐나다가 후보지 중 하나인 것은 맞는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솔루스첨단소재의 북미 첫 전지박 생산공장인 캐나다 퀘백주 그헝비 부지. 솔루스첨단소재는 이곳에서 이르면 2024년부터 연간 6만톤 규모의 전지박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솔루스첨단소재 제공.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솔루스첨단소재(336370)는 최근 퀘백주에 연간 6만톤(t) 규모 생산이 가능한 공장 용지를 매입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스텔란티스는 온타리오주 내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브램톤이 캐나다 내 배터리 생산에 최적화된 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캐나다에서 완성차를 생산하던 GM과 포드는 물론 혼다, 토요타 등도 캐나다에 전기차 투자를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캐나다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캐나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따른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50년 탄소중립’ 달성 계획을 발표했고, 이를 위해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업 등 친환경 제조업을 대상으로 일시적 세금 감면과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더 로직은 “LG가 (캐나다) 투자를 결정한다면, 지방 정부와 연방 정부 양쪽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5년간 탄소 배출 저감을 목표로 하는 탈탄소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30억캐나다달러(약 2조7798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배터리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캐나다가 전기차와 배터리를 생산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이라는 점도 기업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니켈, 코발트, 리튬, 흑연 등 리튬 이온 배터리에 필요한 핵심 자원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청정 에너지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기에도 용이하다. 블룸버그는 “북미에서는 배터리의 탄소발자국(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탄소)이 아직 주요 고려 사항까지는 아니지만, 이를 의식하는 자동차 회사엔 캐나다의 낮은 배출량이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과 에너지 측면 외에도 캐나다는 북미 다른 지역보다 인건비와 전력비가 저렴하고, 주변 유수 공대를 활용한 인재 확보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캐나다가 USMCA의 당사국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2025년 7월 발효되는 USMCA에 따르면 미국·캐나다·멕시코 내 생산 비중이 75% 이상이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업체들은 2025년 생산 개시를 위해 투자 일정을 앞당기고 생산지역 선점을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부터 2024년까지 5조6000억원을 투자해 USMCA가 발효되는 2025년까지 총 160GWh 이상의 현지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북미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던 삼성SDI(006400)는 USMCA 발효 전 생산 시작을 위해 최근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을 따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캐나다 정부의 의지를 보면 한동안 다양한 인센티브를 기업에 제공할 것으로 보이고, 제조 환경도 우수하다”며 “투입하는 자금은 적으면서 미국 내 공장을 짓는 것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캐나다행을 고려하는 기업들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