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POSCO)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당장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가칭)’ 출범을 위해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고,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는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탄소감축을 위한 설비 투자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포스코그룹 내 통합 물류회사 역할을 할 포스코터미날 역시 해운·물류업계의 반대를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1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포스코를 상장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와 비상장 사업회사 포스코로 물적분할할 계획이다. 포스코 이사회는 지난 10일 회사 분할안건을 승인했다. 다음달 2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포스코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2030년까지 회사가치를 3배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물적분할로 지주회사 지분만 확보하게 되는 주주들의 반응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분할안이 임시 주총을 통과하려면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 총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래픽=손민균

포스코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9.75%)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일 지배주주가 없는 포스코의 특성상 국민연금공단의 결정이 중요한데,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국내 기업의 물적분할에 반대 의견을 내왔다. 지난해 LG화학(051910)의 배터리사업 분할, 올해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사업 분할, 만도의 자율주행사업 분할에 국민연금공단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핵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후 다시 상장하는 과정에서 모회사의 회사가치가 하락한다는 이유였다.

포스코그룹은 신설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를 비상장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관에 ‘제3자배정, 일반 공모’ 등 상장에 필요한 규정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수소 등 새롭게 신설하는 법인들 역시 가급적 상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신설 자회사의 잇따른 상장으로 지주회사가 보유한 사업회사 지분율이 줄어드는 일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수소환원제철 글로벌포럼 2021'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사업회사들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과제라는 평가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탄소감축이나 수소 사업 모두 조(兆)단위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사업회사가 투자금 확보에 가장 유리한 기업공개(IPO)를 안 하면 결국 이익금 대부분을 배당 대신 재투자에 써야 한다. 지주회사도 유상증자 등 재원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국내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보다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시험 설비(데모 플랜트)와 전기로 신설 등에 약 2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수소 사업에 203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연간 50만톤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포스코그룹이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통합 물류회사도 업계의 반발을 넘어야 한다. 포스코는 포스코터미날을 중심으로 계열사별로 흩어져있는 물류 조직을 합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일 일본 미쓰이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터미날 지분 49%를 759억원에 취득하면서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포스코터미날은 그동안 포항·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CTS(대량화물유통체제)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포스코가 사실상 물류 자회사를 신설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8월에도 물류 통합회사를 세우려고 시도했지만, 업계와 정치권의 반대로 접어야 했다. 한국해운협회는 “약 3조원에 이르는 포스코그룹 전체 물류 일감이 포스코터미날로 이관되면 또 하나의 대기업 물류 자회사가 탄생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포스코가 추진했었던 물류 자회사 신설과 별반 차이가 없는 우회 행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