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도, 눈밭도 달리는 전차 ‘K2 흑표’…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가다 / 조선비즈

‘콰과과콰광…’

약 55톤(t)에 달하는 육중한 전차가 귀를 때리는 소리를 내며 시험장을 달렸다. ‘흑표’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K2 전차다. 길이 10.8m,너비 3.6m,높이 2.4m에 달하지만, 주행은 빠르고 코너링은 부드러웠다. K2 전차는 1500마력 파워팩(엔진+변속기)을 탑재해 포장도로에서 최고시속 70㎞, 야지에서 50㎞의 속도를 낸다. 장우진 현대로템(064350) ILS팀 책임매니저는 “K2를 타 본 군 장병들이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쏘나타 타다가 제네시스 타는 기분’이라더라”고 말했다.

◇ K2, 유일하게 양산 중인 신형 전차… 수출 상대국 맞춤 개량도

지난 6일 찾은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선 한국군 주력 전차인 K2의 2차 양산 마지막 제품이 출고를 앞두고 한창 테스트 중이었다. 현대로템의 대표 방산제품인 K2 전차는 노후된 M48 전차를 대체하고 군 기갑전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08년 개발됐다. 장 책임은 “K2 전차는 120㎜ 활강포와 자동장전장치가 적용됐으며, 탄약수가 필요 없어 운용인원도 K1 전차보다 1명 줄어든 3명”이라며 “전투 중 아군과 적군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피아 식별장치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고, 수심 4.1m까지 잠수도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기자가 한국군 주력 전차인 K2를 시승하고 있다. /이영호 PD

K2 전차는 1차 양산(100대)에 이어 지금까지 2차 양산(106대)이 이뤄졌다. 중간에 국산 파워팩 문제 등이 있었으나 지난해 12월 방위사업청과 3차 양산(54대)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창원시와 군, 그리고 관련 업체들은 4차 양산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2023년 3차 양산이 종료되면, 중소 협력업체가 폐업될 위기에 처한 데다가 한국형 전차 생태계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K2전차 중소 협력업체 협의회에 따르면 K2 전차와 관련된 협력 업체는 1100여개이며, 고용인원은 4만여 명에 달한다.

지난 2008년 터키에 기술을 수출하는 데 성공한 K2 전차는 해외 진출 기회를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올해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1)에서 깜짝 공개한 노르웨이 수출사양의 신형 K2 전차 ‘K2-NO’가 대표적이다. 극지방에 있는 노르웨이 특성상 영하 20도 아래의 혹한과 설한지에서도 완전한 작전이 가능하도록 보조 히터가 새롭게 장착되는 등 현지 육군의 요구사항들을 반영했다. 또 반대 기후인 사막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도록 파워팩의 냉각성능을 향상시킨 중동형 K2 전차도 있다. 최근 열린 이집트 방산전시회(EDEX 2021)에서 K2 전차 생산·공급 얘기가 오갔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김순환 현대로템 방산생산관리팀 책임매니저는 “해외시장에서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레오파드2 및 미국의 M1A2 계열 전차와 달리 K2 전차는 유일하게 양산 중인 전차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면서 “화력 및 생존 가능성을 강화하는 등 지속해서 성능 개량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 직원이 차륜형 장갑차 뒷문을 열고 있다. /이영호 PD

◇ 미래 육군 기동화 핵심 ‘차륜형 장갑차’… 의무후송차량은 ADEX서 인기

이날 시험장에선 K2 전차 외에도 차륜형 장갑차, 장애물개척전차를 볼 수 있었다. 시험장 측면에 주차된 수십대의 제품 중 빨간 십자가가 그려진 차륜형의무후송차량이 눈에 띄었다. 이 차량은 차륜형 장갑차를 기반으로 전장에서 최대 6명의 환자를 신속하게 응급조치·후송 할 수 있게 개발됐다. 올해 ADEX에서 장병들이 줄 서서 구경했던 모델이기도 하다. 차륜형장갑차는 차량을 플랫폼으로 사용해 목적에 따라 다양한 무장과 장비를 장착할 수 있도록 모듈화 개념이 적용돼 개발된 것이 특징이다.

현대로템이 개발해 현재 2차 양산이 진행 중인 차륜형장갑차는 K806과 K808의 2가지 모델로 나뉜다. K806은 기본적인 병력수송 및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보병전투용 차량인 K808은 K806 대비 강화된 기동성능을 기반으로 전방의 거친 환경에서 운용하는데 유리하다.

K808은 최근 육군이 추진하는 ‘아미타이거(Army TIGER) 4.0′ 중 기동화 분야 핵심 전력이다. 420마력에 달하는 엔진은 포장도로에서 시속 100㎞, 비포장도로에서 50㎞, 야지에서 25㎞로 주행할 수 있다. 수상 추진을 가능케 하는 워터제트도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2년 차륜형장갑차 체계개발 사업을 수주해 2016년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고 개발을 완료했다. 같은 해 초도 양산 물량을 수주했고 2017년에는 2차 양산 물량을 수주했다.

현대로템 직원이 장애물개척전차 차량 전면에 부착된 지뢰제거쟁기를 작동하고 있다. /이영호 PD

◇ 쟁기·굴착기로 지뢰 제거하는 장애물개척전차… 조립은 자동차처럼

장애물개척전차는 K2 전차나 차륜형 장갑차에 비해 다소 낯선 생김새였다. 장애물개척전차는 지뢰 제거와 장애물 지대 극복에 특화된 차량으로 우리나라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 작업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차량으로 주목받고 있다. 차량 전면에는 폭 5.8m의 지뢰제거쟁기가 부착돼 있는데, 밭을 가는 쟁기처럼 위아래로 움직이며 흙과 지뢰를 퍼내 양쪽으로 밀어버리는 역할을 한다. 지뢰제거쟁기 상단에는 혹시 앞쪽에 매설돼 있을 수 있는 자기감응지뢰를 무력화하는 길쭉한 ‘자기감응지뢰 무능화 장비’가 달려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애물개척전차 상단 우측에는 굴착기에서 볼 수 있는 ‘굴삭팔’이 달렸다. 바위가 많은 한국 토지 특성상 낙석 등 장애물을 파쇄하기 위해서다. 암과 붐으로 이어진 관절이 세 개인 보통 굴착기와 다르게 굴삭판은 네 번 접혀 차체 높이를 최대한 낮췄다. 차체 뒤쪽에 장착된 ‘통로표지장비’는 파낸 지뢰가 있는 지면에 자동으로 철제봉(화살)을 심어 뒤따라오는 아군에 안전한 이동 통로를 제시해준다.

공장 내 조립시설에선 K2를 비롯한 K 계열 전차와 차륜형 장갑차 생산이 한창이었다. 한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크게 용접, 가공, 조립으로 나눌 수 있다. 장갑차의 경우 9개의 조립 공정을 거치는데, 마치 자동차처럼 자동화된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차체를 이동시킨다. 무거운 차체를 180도 뒤집을 수 있는 턴오버 장치를 이용해 하부 작업도 편하게 할 수 있는 등 곳곳에서 기술력을 엿볼 수 있었다.

현대로템은 장애물개척전차와 같은 신제품 개발과 더불어 K2 전차, 차륜형장갑차 등 지상무기체계 제품군을 기반으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적인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가 국방 예산 축소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면서 “이로 인해 기존 진행 중이던 계획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돼 어려움이 크지만, 아시아 시장 등을 대상으로 더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