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력 제조업의 내년 수출증가율이 올해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가전과 철강 업종의 경우 내년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불안정과 공급망 차질 악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도 불안 요인인 만큼, 선제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반도체, 자동차, 정유, 조선, 철강, 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섬유, 가전, 바이오헬스 등 10개 수출 주력 업종 협회를 대상으로 ‘2021년 실적 및 2022년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업종의 내년 수출액 증가율은 3.3%로 전망됐다고 30일 밝혔다. 올해 수출액이 24.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 것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매출액 성장세 역시 내년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 업종의 올해 전체 평균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는데, 내년엔 4.9%로 내려앉을 것이란 전망치가 나온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업종별로 나눠보면 올해의 경우 조선, 자동차 업종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조선업계의 매출 급감은 원재료인 후판(두께 6mm 이상의 철판) 등의 가격급등에 따른 원가 손실을 공사손실충당금으로 선반영한 결과다. 자동차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과 내수 감소로 전년 대비 5%까지 역성장이 추정됐다.

내년에는 가전, 철강 업종 등이 올해보다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전업계는 프리미엄 제품군 수요 확대 등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효과가 줄면서 올해보다 5~10%가량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철강업계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수출단가 조정의 영향으로 매출이 5%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업계는 각각 패널과 메모리 가격 하락을 반영해 올해와 유사한 수준의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계는 수주 증가와 선가 상승에 힘입어 내년엔 올해보다 20% 이상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섬유(해외 한류 재확산과 미국의 중국산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증가) ▲정유(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항공유 수요증가) ▲바이오헬스(바이오의약품 수출 지속 확대) 업종 등도 올해 대비 5%~15%의 매출 증가가 예상됐다.

영업이익의 경우 올해는 조선업계를 제외한 전 업종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내년에는 가전, 디스플레이, 반도체, 철강 업종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주요 업종 협회 관계자들은 최근 국내 수출기업의 현안으로 부상한 원자재 수급 불안,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및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2022년 상황도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원자재 수급의 경우 올해보다 약간 악화(60.0%)되거나 매우 악화(10.0%)될 것으로 봤고, 약간이라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는 업계는 한 군데도 없었다. 미·중 무역 갈등 역시 약간 악화(70.0%)될 것으로 전망하는 업계가 가장 많았다.

반면 내년 국내 경제 전반의 상황에 대해서는 올해와 비슷(50.0%)하거나 약간 개선(40.0%)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의 국내 투자는 올해보다 약간 개선(60.0%)될 것이며, 국내 고용은 올해와 비슷할(70.0%)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기업 경영활동 관련 우려 사항으로는 규제 및 경쟁제한(30.0%)을 가장 많이 꼽았고,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한 인력 운영 애로 등 노동 부담(20.0%), 온실가스 감축 부담(15.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정책으로 기업 투자활동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30.0%)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한편 전경련은 수출 주력 업종 협회들이 밝힌 애로사항과 희망 정책을 기반으로, 2022년 국내 주력 제조업의 5대 변수를 ‘타이거(T·I·G·E·R)’라고 제시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세제(Tax) ▲인플레이션(Inflation)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환경기준(Environmental Standards) ▲규제(Regulation)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해 요약했다고 설명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원자재 가격 불안정과 공급망 차질의 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재확산도 여전히 불안 요인”이라며 “호랑이의 해인 2022년에 우리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을 돌파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