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올해 3분기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시행만으론 LCC들이 흑자를 내기에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LCC들의 누적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재무구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거나 부채비율이 3000%가 넘는 LCC도 등장했다. LCC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적자가 지속될 경우 이마저도 곧 바닥날 우려가 크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제주항공(089590), 진에어(272450), 티웨이항공(091810), 에어부산(298690) 등 상장 LCC 4곳의 총 영업손실액은 2262억원을 기록했다. 19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작년 3분기 대비 17.3%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비상장사인 에어서울은 669억원, 플라이강원은 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적 5개 저비용항공사

LCC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트래블버블 시행에도 작년 대비 재무구조가 악화된 이유는 여전히 여객 사업에서 흑자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환율과 유류비 등 고정비가 늘어난 탓이 크다. 특히 유가 상승으로 고정비 지출의 20~30%를 차지하는 유류비가 작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선의 경우 항공사들 간 출혈 경쟁이 심화하면서 백신 접종 확대와 무관하게 수익성이 극도로 낮은 상태”라며 “고정비 대비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을 띄우기 전까지 LCC들이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가 누적되면서 LCC들의 재무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자기 자본(자본총계)이 마이너스(-) 24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항공의 자본총계는 2000억원이 넘었다. 그러나 누적된 적자에 올해 3분기 마이너스로 전환,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회사에 빚만 남았다는 뜻이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020560) 자회사 에어서울 역시 적자가 이어지면서 자본총계가 각각 -19억8900만원, -1506억5200만원을 기록했다. 자본 잠식 상태는 면했으나,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각각 855%, 587%를 기록했다. 특히 플라이강원의 부채비율은 3043%를 기록해 자기 자본의 30배가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CC들은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처럼 화물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화물을 대량 실을 수 있는 화물기도, 미국 등 장거리 노선에 투입할 수 있는 항공기도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0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실어 나른 화물의 양은 21만2065t(톤)으로 같은 기간 9913t을 운송한 LCC보다 21배 많았다.

LCC들은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에어부산과 제주항공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진에어도 이달 123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설 방침이다. 문제는 LCC들의 적자가 언제 해소될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3년은 돼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항공 여객 수요가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소 1년 이상 LCC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버텨야 한다는 뜻이다.

LCC 관계자는 “올해 유상증자의 경우 위드코로나에 대한 기대감과 주가 상승으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만약 내년에도 증자에 나설 경우 흥행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라며 “조달 자금이 바닥나기 전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