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스크랩(고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1년 새 2배로 뛰었다. 고철 기반의 제품 생산량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탄소감축을 위해 철광석 대신 고철 사용량을 늘린 영향이다. 고로에 철광석 대신 재활용한 고철을 넣으면 탄소 배출량이 줄어든다. 앞으로도 고철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철강사들의 원재료 비용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날 고철(생철 기준) 가격은 톤당 64만4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30만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2배 수준이다. 고철 가격은 2018년부터 30만원 안팎에서 거래됐으나, 올해 들어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8월부터 톤당 60만원선을 웃돌고 있다. 고철가가 60만원 선을 넘는 것은 ‘슈퍼 사이클’ 기간이었던 2008년 이후 13년 만이다.

네덜란드 타타철강의 공장에서 강철을 생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고철값이 오른 이유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고철을 사용하는 전기로에서 올해 3분기 생산한 조강(쇳물)은 587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5만2000톤보다 21% 늘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3년(2017~2019년)간 3분기 평균 생산량 572만톤도 웃돈다. 건설 경기가 살아나고, 수급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철근 등 고철로 생산하는 주요 제품의 생산량이 늘었다.

고로(용광로)를 운영하는 포스코(POSCO)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고철 사용을 늘리고 있다. 포스코는 탄소 감축을 위해 철광석 대신 고철을 섞는 ‘저(低) HMR(Hot Metal Ratio) 조업’을 도입했는데, 지난 2분기부터 용선(쇳물)과 고철 배합 비율을 85대 15에서 80대 20가량으로 올렸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이 비율을 70대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고철 가격이 뛰면서 제품 가격도 오름세다. 현대제철(004020)은 이달 들어 철근 가격을 톤당 2만8000원, H형강 가격을 톤당 5만원씩 올렸다. 동국제강(460860)도 철근과 H형강 가격을 현대제철과 같은 폭으로 인상했다.

탄소 감축을 위해 고철 사용량이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 고철 가격은 당분간 강세가 예상된다. 채굴하는 철광석과 달리 고철은 폐철을 재활용하는 만큼 수급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은 우선 수입처를 다변화해서 대응할 계획이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철스크랩업체와 전략적 관계를 맺어 고철을 들여오거나 일본에 고철 야드사업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고철 사용량이 늘고 있어 ‘고철 품귀 현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전기로 생산량 확대를 위해 2025년까지 고철 사용량을 기존 2억6000만톤에서 3억2000만톤으로 23.1% 늘리기로 했다. 2018년부터 금지한 고철 수입도 올해부터 다시 허가했다.

철강업계는 정부가 탄소 감축 목표만 제시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고철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원자재 문제가 크게 불거졌지만, 여전히 고철은 폐자원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수급 부족 문제에 대비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국가 차원에서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