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만으로도 스트레스였는데 요소수 구하러 다닐 줄이야….”

5.5톤 화물차를 운전하는 박모(31·수원)씨는 지난 3일 경북 구미시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올라오면서 주유소 5곳을 들렀다.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서였지만, 모두 허탕을 쳤다. 대전을 지나 들른 6번째 주유소에서 요소수 10리터를 살 수 있었다. 제때 요소수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고, 1인당 판매량까지 제한하면서 틈틈이 주유소를 들르는 게 일상이 됐다고 한다. 박씨는 “지난주부터 애를 먹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시간이 갈수록 요소수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문제로 화물차 기사들이 속을 끓이고 있다. 육상물류의 한 축인 디젤 화물차의 3분의 2가 요소수가 없으면 운행이 어려워 물류대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류업계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일 오후 화물트럭이 많이 이용하는 경기도 의왕ICD(내륙컨테이너기지) 인근 주유소에 요소수 공급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화물차 기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부 상행 언양 요소수 1100′과 같은 글이 매시간 올라오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언양휴게소 상행 방향에서 리터당 1100원에 요소수를 판다는 뜻이다. 요소수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서로 고속도로 주유소를 중심으로 재고가 남은 곳을 공유하는 것이다.

화물차 기사들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요소수를 파는 게시물을 찾아 단체로 신고하기도 한다. 사재기까지 벌어지면 요소수를 구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한 달 만에 요소수 가격이 1리터당 1000원에서 2000원 안팎으로 올랐는데, 일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1리터당 1만원에 팔면서 가격 상승을 더 부추기고 있기도 하다.

요소수는 요소와 증류수를 섞은 것으로 디젤차를 운행할 때 나오는 발암물질 질소산화물(NOx)를 질소와 물로 분해해준다. 국내 디젤 화물차 330만대 가운데 200만대가량이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를 장착해 요소수가 없으면 운행이 어렵다. 하지만 국내 요소 수입량의 70%를 차지하는 중국이 사실상 수출을 막으면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중국은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요소를 생산하는데 석탄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급등하자 지난달 15일부터 요소에 대해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했다.

항만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원활한 선적·하역을 위해선 컨테이너 처리가 필수인데, 컨테이너 트레일러들 역시 요소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에 이어 육상 물류난까지 겹치면 운영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부산신항의 경우 장치율(컨테이너의 쌓여있는 정도)이 전날 기준 82%다. 장치율이 80%를 넘어가면 컨테이너 처리에 어려움이 큰 상황으로 본다.

철강, 자동차, 전자 등 물류 활용도가 높은 기업들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POSCO) 관계자는 “요소수 대란에 대비해 제철소 구내에서 차량을 운행하는 운송사별로 요소수 사용 차량과 하루 사용량, 재고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우선 합동 단속반을 운영해 요소수 매점매석에 대응하기로 했다. 또 산업용 요소수 재고를 파악, 일부를 차량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다만 물류업계는 현실적으로 중국이 요소 수출을 재개하기 전까지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봤다. 물류업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지금보다 다음주를 더 걱정하고 있는데 요소수가 원활하게 공급될 때까지 대책이 없다”며 “일단 화물차 기사들이 멈춰서면 대기업도 물류대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