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정부·지자체들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활용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들 사이에서는 카카오(035720)가 노출 조건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제시해 원하는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근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나눠주는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과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이 늘고 있다. 주로 이용자가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하면, 일정 기간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는 제작한 이모티콘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쿠폰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카카오가 공개한 브랜드 이모티콘 구성 및 제작가이드. /카카오 제공

그러나 이들 사이에서는 “광고주임에도 ‘을’이 돼 원하는 마케팅을 못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카카오 측의 제약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공개한 브랜드 이모티콘 제작 가이드에 따르면 브랜드 로고 또는 캠페인 홍보성 문구를 포함한 이모티콘은 3개 이하로만 제작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브랜드 로고는 전체 이미지의 20% 이하로 제작해야 하고, 들어갈 위치 또한 카카오가 제시한 레이아웃 가이드에서만 선택해야 한다.

또 기업 특성상 마케팅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이 큰데, 일정 조율 및 변경이 쉽지 않다. 브랜드 이모티콘 관련 소통은 주로 카카오가 선정한 8개의 제작 협력 대행사를 통해서 가능하고 관공서 업종은 카카오 본사가 아닌 지방센터를 통해 문의해야 한다. 이모티콘이 어떤 성별이나 나이대에 배포됐는지 등 광고 효과도 알 수 없다. 카카오가 이 마케팅을 ‘광고 집행’이라는 이름하에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평이다.

최근 브랜드 이모티콘을 제작한 한 기업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종합광고대행사에 광고를 의뢰하면 연령대·관심사 등 어떤 타깃층에 도달할 수 있는지 대략적인 정보를 주는데, 카카오는 이모티콘 소진 시간 정도만 알려준다”면서 “소통 또한 협력업체하고만 할 수 있는데, 광고로 둔갑한 ‘깜깜이’ 상품 판매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마케팅 효과 자체도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많이 택하는 채널추가형으로 한 달(30일)간 이모티콘 무료 제공 마케팅을 진행하려면, 최소 1000만원이 든다. 한 달이 지나면 이모티콘은 기간 만료로 쓸 수 없게 되고 이모티콘숍에서도 구매할 수 없다. 만약 더 제공하고 싶을 경우 재집행 가이드에 따라 추가로 별개 계약을 맺어야 한다. 만약 같은 이모티콘을 또 배포하고 싶은 경우 기존 이모티콘이 다 소진된 지 60일 이후부터 가능하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카카오 제공

광고업계 관계자는 “몇백만명 이상에 노출되는 텔레비전(TV)이나 디지털 광고에 비하면 카카오톡은 마이너한 미디어로, 도달 수도 2만5000명 선착순 배포 등 매우 적다”면서 “기업이나 지자체가 이벤트 차원에서 부가적으로 이용할 순 있어도 광고 효율성 측면에선 크게 기대감이 안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너도나도 이모티콘 마케팅에 뛰어드는 이유는 단기간 내 이모티콘이 소진되면 그만큼 브랜드의 카카오톡 채널 구독 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지자체의 경우 이모티콘이 소진된 시간이 빠르기만 하면 마케팅이 성공했다고 보고 상급자가 밀어붙이는 경우도 있다”면서 “최근 브랜드 이모티콘 등 디지털 마케팅이 대세이다 보니 적지 않은 비용임에도 활용도가 떨어지는 이모티콘을 만들 경우 예산 낭비가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카카오의 배만 불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모티콘 광고가 포함된 톡비즈 매출은 카카오의 효자 부문이다. 지난해 톡비즈 매출은 1조117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전체 매출(4조1567억원)의 약 26%를 차지한다. 올해 3분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9.4% 증가한 437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카카오 측은 “B2B(기업 대 기업) 브랜드 이모티콘의 경우 개인이 참여하는 B2C(기업 대 개인)와 달리 광고 정책을 기반으로 이모티콘을 심사한다”면서 “협력업체는 디지털 광고 관련 운영 능력이 있는지 등을 평가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로고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서는 “로고 및 홍보성 문구가 삽입된 이모트(이모티콘)의 경우 사용이 잘 안돼 카카오톡에서 확산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