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충남 보령시 주교면 은포리. 대천방조제 뒤 논에는 노랗게 익은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 농부 강민식(52)씨가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했다. 이날 9900㎡(약 3000평) 규모의 논에서 마지기(200평)당 550㎏의 소출을 올렸다. 지난해 수확량 마지기당 480㎏과 비교해 15%가량 늘었다.

올해 기상 상태도 좋았지만, 대동(000490)의 조언이 유효했다고 강씨는 설명했다. 강씨는 보통 9900㎡당 비료 20포대(포대당 20㎏)를 줘왔다. 하지만 대동이 토질을 분석한 결과 땅에 영양분이 과잉인 것으로 분석됐다. 강씨는 올해 비료를 13포대로 줄였다. 결과적으로 비료를 줄여 돈을 아끼고도 오히려 수확량은 늘었다. 강씨는 “여기가 간석지여서 벼가 주저앉을 때가 있는데 비료를 줄이니까 오히려 더 괜찮았다”며 “언제까지 관행대로만 농사지을 수는 없으니, 이제 숫자 나오는 대로 해보려 한다. 이웃 농가에도 비료를 줄여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오후 충남 보령시 주교면 은포리의 논에서 강민식(52)씨가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대동이 국내 농기계업계 최초로 ‘농업 솔루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총 42개 시범농가(논 25개, 밭 17개)를 선정해 ‘정밀농업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범 사업에 참여한 논 농가들은 보통 3300㎡(1000평)당 1700㎏을 수확했는데 올해는 소출이 평균 250kg(15%) 늘었다고 한다. 대동은 앞으로 시범 사업을 확대해 데이터 수집을 이어가고, 오는 2024년까지 사업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동에 따르면 논 농가를 기준으로 올해 정밀농업 솔루션은 4차례 진행됐다. 우선 모내기 전 토양을 채취해 유효규산과 유기물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에 맞춰 농가에 비료의 종류와 양을 추천해줬다. 이후 모내기 과정에서 3차례 드론으로 벼 생육 상태를 촬영하고, 병충해 여부 등을 알려줬다. 대동은 이 과정을 통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수확량 예측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1일 충남 보령시 주교면의 한 논을 분광 카메라를 단 드론이 촬영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전남 해남군 황산면의 한 논을 드론으로 촬영, 식생지수로 분석한 모습. /대동 제공

대동 정밀농업팀 직원들은 지난 21일 오전에도 보령시 은포리의 다른 논 위에 드론을 띄웠다. 드론은 지정된 경로를 따라 연신 분광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3240㎡(약 980평) 크기의 논을 모두 촬영하는데 5분여가 걸렸다. 드론이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파장별 반사율을 분석하면 ‘식생지수(GNDVI)’를 산출할 수 있다. 식생지수는 벼의 생장수준이나 상태를 나타낸다. 상태가 좋은 곳은 녹색, 상대적으로 나쁜 곳은 붉은색으로 표시된다.

대동은 올해 첫 시범 사업인 만큼 한달에 한차례 드론을 촬영했지만, 촬영 빈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특정 지점에서 식생지수가 나쁘게(붉은색) 나타나면, 병충해가 발생한 지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만큼 농약 사용량도 줄이고, 병충해 피해 면적도 최소화할 수 있다.

대동 직원들은 드론 촬영 이후 지정해둔 지점들에서 샘플로 활용할 벼도 베었다. 낱알의 단백질 함량을 파악해 벼의 품질을 따져보기 위해서다. 단백질 함량이 적을수록 쌀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백질 함량 6% 이하를 고급 1등쌀로 친다. 윤원호 대동 정밀농업팀 대리는 “앞으로 데이터를 축적해 수확량 예측모델을 개발하고 나면 수확시점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벼가 좀 덜 여물었어도 수매가가 좋을 때 수확해 팔지, 아니면 좀 더 기다릴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직 수확량 예측모델이 개발되기 전인데도 시범사업에 참여한 농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특히 젊은 농업인들은 솔루션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전남 광양·순천에서 논 33만㎡(10만평)을 일구는 서상철(25)씨는 토질 조사 결과 영양분이 부족하다는 조언에 따라 올해 비료를 평소보다 150%가량 뿌렸다. 올해 소출이 평년보다 10%가량 늘었다. 서씨는 “올해로 농사 지은 지 3년 차인데, 토질 등을 정확히 판단받을 수 있어 좋았다”며 “나중에 대동이 솔루션 서비스를 유료화해도 투자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충남 보령시 주교면 은포리의 한 논에서 대동 정밀농업팀 직원이 성분을 분석할 벼를 채취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대동이 ‘농업 솔루션’ 사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기존의 농기계 사업만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농기계 시장은 2000년 2조원을 넘어선 이후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은 지난해 농기계 내수 매출을 2조2500억원가량으로 추산했다. 지난 20년 동안 농가인구는 42.6% 감소했다. 지난해 농가인구는 231만7000명으로 통계집계 이후 처음으로 전체 인구에서 5%를 밑도는 4.5%로 집계됐다.

해외시장과도 맞물려 있다. 대동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6352억원, 영업이익 501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해외에서 주력 모델인 60마력대 이하의 중소형 트랙터와 운반차 등이 지난해 동기보다 20% 이상 더 팔린 것이 주효했다.

해외 시장에서 주요 농기계업체들은 일찌감치 솔루션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글로벌 1위 ‘존 디어(John Deere)’는 농업 플랫폼 마이존디어(MyJohnDeere)를 통해 농기계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해주고 있다. 또 팜사이트(Farmsight)란 서비스를 통해 땅에 맞춰 어떤 작물을 심으면 좋을지 제안해주기도 한다. 영국 CNH나 일본의 구보타 등도 유사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대동도 지속적해서 해외시장을 확대하려면 솔루션 사업의 경쟁력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동은 국내에서 정밀농업 솔루션 서비스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대동 트랙터와 연계한 ‘대동 커넥트’ 애플리케이션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올해 출시한 스마트폰으로 농기계의 상태를 파악하고, 기록된 작업시간과 작업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대동은 대동 커넥트를 통해 경작지별 조도나 토질 등의 빅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

원유현 대동 총괄사장은 “100년 대동을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혁신)으로 농기계 사업과 새로운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며 “스마트 모빌리티와 스마트팜 등 다른 신성장 동력도 착실히 추진해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