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배터리·석유개발 부문을 분사한 SK이노베이션(096770)이 위로금 차원으로 전 직원에게 연봉의 20%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자 내부에서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 같은 SK그룹 계열사인 SK텔레콤(017670)SKC(011790)는 전 임직원에게 동일한 규모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했는데, SK이노베이션만 차등 지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급 예정에 없던 자기주식을 연차에 맞게 지급하는데 직원들이 불만을 갖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달 1일 기존 배터리 사업(SK온)과 석유개발(SK어스) 사업을 각각 분사해 신설법인으로 공식 출범하면서 전 계열사 직원에게 스톡그랜트 방식으로 연봉의 20%에 해당하는 자기주식을 지급하기로 했다.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자기주식을 지급하는 스톡그랜트는 주주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보상 방식이다. 스톡옵션과 달리 의무 보유 기간 없이 바로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가 지난 9월 1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장 자격으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의 물적분할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직원들은 ‘연봉 20%’라는 기준 때문에 연차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이 차이가 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스톡그랜트 지급을 결정한 또다른 SK그룹 계열사 SK텔레콤과 SKC는 전 임직원에게 자기주식을 차등 없이 지급하기로 하면서 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SK텔레콤도 유무선통신사업과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사로 나누는 기업 분할을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회사 분할을 앞두고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전 임직원에게 자사주 100주를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의 주가가 30만원 수준이어서 전 직원이 약 3000만원의 보너스를 받는 셈이다.

SKC도 최근 전 임직원에게 창립 45주년을 맞아 스톡그랜트 45주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19일 종가(16만8000원) 기준으로 750만원에 달한다. SKC는 스톡그랜트를 지급하기 위해 최근 자사주 10만1880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 직원들도 차등 없는 자사주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불만이 사내 게시판과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 계속 올라오고 있다. 주로 저연차 직원들이 이런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직원은 “같은 SK 계열사끼리 어디는 똑같이 100주를 주고 어디는 연봉 20%로 차등 지급하느냐”며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직원 간에 갈등을 조장한다”고 했다.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연초에 발생한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400%(연봉의 20%)를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가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삼성전자(005930) DS부문 직원 성과급(연봉의 4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조126억원으로 삼성전자 DS부문(18조8100억원)보다 14조원 정도 적다. 다만 삼성전자 DS 부문에 비해 직원 수가 절반이고, 시설 투자도 30%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선방한 성과’라는 평가가 많았다. 직원들은 성과급 책정 기준이 투명하지 않고, 실적에 비해 성과급이 적다며 반발했다.

노사 갈등이 격화되자 사측은 불분명한 성과급 책정 기준을 투명하게 개선하고 기본급의 200%에 달하는 우리사주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갈등을 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