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항공 화물 운임이 치솟으면서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이 올해 연간 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4분기는 블랙프라이데이,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이 껴있어 물류 업계의 대목으로 꼽힌다. 해운 대란을 피해 항공 시장으로 넘어온 화물까지 맞물리면서 연말까지 운임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15일 홍콩에서 발표하는 항공 화물 운송 지수 TAC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홍콩~북미 노선 화물 운임은 1㎏당 9.9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7.6% 오른 수준이다. 통상 연말을 앞둔 4분기에는 물동량이 늘어 운임이 오르지만, 올해는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국내 무역업체 관계자는 “항공 화물 시장은 리드타임(운송 소요 기간)이 짧기 때문에 통상 대목이 몰려 있는 4분기에 운임이 뛴다”며 “지금 추세라면 연말까지 운임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대한항공 화물기에서 화물이 내려지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최근 항공 운임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해운 물류 대란의 영향이 크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이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연말 대목을 앞둔 수입 화물 증가가 맞물리면서 컨테이너선 입항과 화물 하역 작업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 시황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8일 기준 4647.60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전 세계를 오가는 여객기 공급이 줄어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항공 화물의 절반가량은 전용 화물기가 아닌 일반 여객기 하부의 화물칸 ‘밸리카고’를 통해 옮겨진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줄면서 여객기 공급도 쪼그라들었다. 최근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시행으로 국제선이 재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20%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3분기 국내 항공사들이 운항한 국제선 항공편은 총 8만9357편이었다. 반면 올해 3분기에 운항한 국제선 항공편은 2019년 대비 5분의 1 수준인 1만8436편에 불과하다.

항공업계는 작년보다 올해 항공 화물 사업에서 더 큰 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운임이 작년보다 2배 가까이 오른 데 이어 화물 수요도 늘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에 못 실은 화물이 항공 화물 시장으로 대량 넘어온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물량까지 맞물렸다. 실제로 작년 3분기 국내 항공사들이 국제선을 통해 수송한 화물량은 총 53만t이었는데, 올해 3분기에는 이보다 15% 오른 61만t을 수송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화물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한 데 비해 항공편 공급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화물 수요가 정점을 찍는 4분기에 수급 불균형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모습. /아시아나항공 제공

증권가에선 화물 호조에 힘입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작년 대비 632% 오른 7971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흑자로 돌아서면서 240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음 달 중순 발표할 예정인 3분기 실적의 경우, 대한항공은 228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작년 3분기 대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310% 오른 5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북미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투입할 수 있는 대형기가 없는 저비용항공사(LCC)는 연말 대목의 수혜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송 화물의 양도 대형항공사(FSC)의 1~2% 수준에 불과해 여객 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다.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089590)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27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며 진에어(272450)티웨이항공(091810)도 각각 1936억원, 1166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이달과 다음 달 유상증자를 실시해 운영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