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 수립을 위해 지난 5월 발표한 ‘2020 신재생에너지 백서’의 태양에너지 발전 관련 수치가 최근 3배 가까이 올려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백서는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물론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마련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기반이 됐다. 정부와 탄소중립위가 ‘엉터리 태양광 통계’를 보고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에너지업계에 다르면 산업통산자원부와 에너지공단은 이달 ‘2020 신재생에너지백서’ 상의 태양광·태양열발전 기술적 잠재량 수치를 기존보다 3배 가량 높여 수정했다.
일반적으로 신재생에너지는 현재 기술력을 기준으로 어떤 제약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산정한 ‘이론적 잠재량’, 기술적·지리적 영향을 반영한 ‘기술적 잠재량’, 경제성과 정책적 요인까지 반영해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시장 잠재량’으로 구분해 산출한다.
당초 백서에는 2020년 태양광발전 설비의 기술적 잠재량 수치를 973기가와트(GW)라고 적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수치를 2490GW로 3배 가량 높여 수정했다. 이에 따라 연간 발전량도 1314테라와트시(TWh)에서 3117TWh로 고쳤다. 태양열발전 설비 역시 기술적 잠재량은 1917GW에서 4779GW로, 연간 발전량은 2589TWh에서 6181TWh로 각각 수정됐다.
정부는 2020년 태양광발전 기술적 잠재량이 2018년(1870GW) 대비 50% 가량 줄어든 973GW라고 기재하고도, 시장 잠재량은 오히려 같은 기간 15% 늘어났다고 했다. 시장 잠재량은 기술적 잠재량을 기반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이 정도 차이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이런 오류는 최근 국정감사 준비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지적에 따라 발견됐다고 한다. 정부는 국민의힘 측에 “규제 정책을 잘못 반영해 발생한 오류”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관련 연구진의 수치 재산정 작업을 거쳐 백서가 수정된 것이다.
정부는 기술적 잠재량을 잘못 산출해 수정했음에도 이를 근거로 산정한 시장 잠재량은 수정 없이 그대로 뒀다. 2018년 태양광발전 설비 기술적 잠재량은 1807GW, 시장 잠재량은 321TWh였다. 이번 백서 수정으로 2020년 기술적 잠재량은 2490GW로 2018년 대비 33% 늘었는데, 시장 잠재량은 기존 수치대로 같은 기간 15% 늘어나는 데 그친다. 기술적 잠재량을 3배 가까이 수정하고도 이를 근거로 계산한 시장 잠재량을 수정하지 않는 것이 제대로 된 계산이 맞느냐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정부가 예산 지원을 대폭 늘리고 규제를 완화해주는데 기술적 잠재량 증가 대비 시장 잠재량 증가 폭이 오히려 떨어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핵심인 태양에너지 발전 수치에 오류가 발견된 만큼 백서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시장잠재량은 정부의 규제정책과 지원정책을 반영해 산출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기술적 잠재량 대비 시장 잠재량이 2018년보다 줄어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계속되는 상황에선 당연히 시장 잠재량도 올라가야 한다. 백서의 수치가 어디까지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