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출소한 이후 삼성 내부적으로 조직 쇄신 작업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안팎에서는 연말 임원 인사도 예년보다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삼성과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해 5월 이 부회장이 4세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로 지배구조 개선을 진행해왔다.

26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보고서 작성이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BCG는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검토해 삼성그룹에 맞는 최적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상법이나 공정거래법 등 실정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지도 사전 점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에 참석했다. 지난달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첫 공식 외부일정이다. / 연합뉴스

삼성그룹은 BCG의 보고서를 토대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우선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할지, 당분간 오너 체제를 유지할지를 두고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주회사를 설립할지, 그룹의 통합 의사결정 기구(컨트롤타워)를 만들지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7개 삼성 계열사의 준법 감시 역할을 맡고 있는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도 최근 관련 전문가들을 초빙해 자문을 구하고 있다.

삼성은 주요 계열사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은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후 ▲삼성전자 사업지원팀 ▲삼성생명(032830) 금융경쟁력제고팀 ▲삼성물산(028260) EPC(설계·조달·시공)경쟁력강화팀 등 계열사별로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를 위해선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안팎의 지적에 따라 관련 조직 신설을 검토하는 것이다. 삼성은 각 계열사의 경영 자율성은 보장하면서 일관된 경영 계획을 수립하고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준법위의 역할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준법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준법위가 이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그룹의 준법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준법위는 최근 실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정기회의에서는 고려대학교 지배구조연구소가 수행한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리스크 유형화 및 이에 대한 평가지표, 점검 항목 설정’에 관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승인했다. 해당 보고서는 최고경영진의 대외 후원, 내부 거래 등에 대한 대책, 그룹 지배구조 문제까지 총망라한 체크리스트 성격을 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준법 경영 의지가 강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준법위가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안팎에선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그룹 임원 인사도 예년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보통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후 후속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이 부회장이 수감된 이후에도 임원 인사는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교체폭이 크지는 않았다. 이 부회장이 출소했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진행 중이어서 이번 임원 인사는 예년보다 시기가 빨라지고 교체폭도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