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011170)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이 올해 상반기 1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했다.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초대형 석유화학 프로젝트 ‘HPC(정유 부산물 기반 석유화학 공장·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건설사업’ 역시 조만간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어 현대케미칼의 수익 창출 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18일 롯데케미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14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724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한 것이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1조4714억원에서 1조7498억원으로 19% 증가했고, 반기 순손익 역시 612억원 적자에서 99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현대케미칼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위축 등으로 2015년 이후 5년 만에 46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2014년 출범 이후 두 번째 영업적자였다.

현대케미칼 혼합자일렌 공장./현대케미칼 제공

상반기 호실적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2분기 들어 벤젠의 미국·유럽 공급이 부족해지고 중국 신규 공장 가동이 지연되면서 제품 마진이 급격히 늘었다”며 “코로나19 여파가 완화되면서 전반적인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현대케미칼은 혼합자일렌(MX)과 벤젠을 생산한다. 혼합자일렌으로 벤젠·톨루엔·자일렌(BTX)을 만들 수 있고, BTX는 폴리에스테르 섬유나 휘발유 첨가제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실적 개선에 따라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현대케미칼 지분 가치 역시 상승세다. 현대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6대4의 비율로 출자했다. 롯데케미칼이 현대케미칼에 투입한 금액은 올해 상반기까지 6080억원인데, 지분법으로 평가한 장부금액은 상반기말 기준 7299억원으로 돼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까지 9120억원을 투입했는데, 롯데케미칼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장부금액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현대오일뱅크는 지분법으로 평가하지 않고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정확한 장부금액이 나오지 않았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에 대한 현대케미칼의 수익 기여도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019년부터 추진해온 현대케미칼의 HPC 공장은 이달 시운전에 착수해 올해말 상업 가동을 시작한다. HPC는 정유 과정에서 나오는 중질유 등을 활용해 플라스틱, 합성고무의 원료인 폴리에틸렌(PE), 부타디엔(BD)을 비롯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다. 나프타를 넣어 유사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NCC(납사분해시설)보다 저렴한 석유 부산물을 이용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회사가 2조7000억원을 들여 현대오일뱅크 충남 대상 공장 부지에 세운 HPC 공장은 앞으로 연간 에틸렌 75만톤(t), 프로필렌 40만t, PE 85만t, 폴리프로필렌(PP) 50만t, BD 15만t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운동화 밑창, 필름 접착제, 태양광 패널 소재로 쓰이는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도 함께 만든다. 당초 EVA 생산 계획은 없었지만 최근 EVA 수요가 늘자 생산공정이 비슷한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설비 일부를 EVA 생산으로 돌린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연 30만t 규모로 LDPE와 EVA를 교차 생산할 계획이다.

HPC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당장 오는 4분기부터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현대케미칼의 수익은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나눠갖는데, 지분법에 따라 영업이익은 전액 현대오일뱅크에 산입되고, 롯데케미칼은 당기순이익의 40%를 가져가게 돼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HPC의 연간 예상 영업이익은 55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하며, 올해는 두달치인 800억원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