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원활한 경영 복귀를 위한 조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홍 부총리와 경제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부회장 가석방과 관련해 감사하다는 말을 (홍 부총리에게) 했다”며 “사면과 관련해 추가 건의는 사후문제이긴 한데, 여기에 대해서는 부총리도 챙겨주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손 회장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이날 박 장관에게 이 부회장에 대해 “불편 없이 잘 해달라”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단체장들과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9일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할 예정이다.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이 확정되면서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박 장관은 “이번 가석방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 복귀로 인해 삼성그룹의 ‘총수 부재’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만큼, 삼성전자의 투자와 인수·합병(M&A)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에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재수감 직전인 지난해 12월, 정부와 화이자 간 백신 협상 막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이어가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가석방은 남은 형기 동안 재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임시로 풀어주는 ‘조건부 석방’인만큼, 현행법상 5년 취업 제한에 걸려 원칙적으로 경영 현장 복귀가 어렵다. 해외 출장도 법무부 장관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측이 법무부에 취업제한 대상 예외를 신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가석방과 별도로 사면 논의가 계속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홍 부총리가 박 장관에게 이 부회장의 ‘편의’를 부탁한 것은 이같은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이날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지금의 어려움 극복, 경기 회복과 반등, 미래 경제 대비를 위해 경제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협력해 나가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