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이 36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국 산업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5시 작업 현장은 체감온도가 훨씬 높아 근로자들이 온열질환에 걸릴 수 있다. 기업들은 작업 현장에 제빙기와 실외 에어컨을 설치하고 식염포도당과 특식을 제공하며 직원들 건강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POSCO)는 최근 포항제철소 고열작업장에 식염포도당을 일괄 지급했다. 1500도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고로(용광로) 앞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두꺼운 방열복을 착용해 더위에 지치기 쉽다. 휴게 시간도 대폭 늘렸다. 폭염주의보 발령시 40분 근무·20분 휴식을, 폭염경보 시에는 30분 근무·30분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있다.

포스코 직원이 포항제철소 4고로에서 녹인 쇳물을 빼내는 출선작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야외 건조 작업이 많은 조선소들도 더위 식히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뙤약볕에 달궈진 선박 블록의 온도는 50도가 넘는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31일까지 낮 기온과 관계없이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해 휴식 시간을 늘리고 야외 작업장에 냉수기 730대와 제빙기 150대 등을 설치했다. 밀폐된 선박 내부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를 위해 시원한 바람을 불어 넣어주는 대형 냉방 장비 ‘스팟 쿨러’도 설치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용접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 압축공기를 순환시켜 체온을 냉각시켜주는 ‘에어쿨링 재킷’을 지급했다. 이밖에도 삼계탕과 장어구이 등 더위를 이겨낼 보양식을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요즘과 같은 무더위에는 에어쿨링 재킷을 입어도 더위를 식혀주기에 역부족일 정도”라며 “현장 근로자들이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조선소 곳곳에 제빙기와 냉수기를 비치해뒀다”라고 말했다.

사내에 설치된 제빙기에서 얼음을 담아가는 현대중공업 직원. /현대중공업 제공

항공업계도 그늘 없는 활주로에서 근무하는 지상조업 근로자들을 챙기고 있다. 티웨이항공(091810)은 정비사들이 뜨거운 햇볕에서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자외선 차단 보안경을 지급하고 있다. 김포, 인천, 제주, 대구 등 항공기 정비 점검을 수행하는 모든 공항 현장에 지급됐다. 제주항공(089590)도 야외에서 자외선에 노출돼 근무하는 정비사와 운항·객실승무원 모두에게 자외선 차단제를 제공했다.

석유화학업계도 혹서기 대책을 마련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 울산콤플렉스는 폭염주의보 발령시 1시간마다 10분씩 주기적인 휴식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폭염특보 발령시에는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밀폐공간 작업시간을 단축하고 시간당 30분씩 휴식시간을 주고 있다. 낮 시간대에는 야외 업무를 최소화하고 고령자, 미숙련 작업자, 만성질환자는 야외 작업에서 제외한다.

건설현장에는 ‘워터보이’가 등장했다. 쌍용건설은 폭염이 한창인 낮 시간대 현장 곳곳을 찾아 다니며 근로자들에게 시원한 얼음물을 제공하는 워터보이를 배치했다. 워터보이는 냉수뿐 아니라 식염포도당, 쿨스카프, 아이스조끼 등을 현장 근로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쌍용건설은 가장 더운 오후 시간에 현장 별로 아이스크림 또는 수박 화채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 서울’ 리모델링 현장 보건관리자가 얼음물 탱크를 등에 맨 ‘워터보이’로 변신해 현장 곳곳을 다니며 근로자들에게 시원한 물을 제공하고 있다. /쌍용건설 제공

정부는 야외 작업 현장 지도·감독을 강화해 온열질환 재해를 예방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5일부터 20일까지를 폭염 대응 특별주간으로 지정하고 폭염 위험 상황에 대한 특별 신고를 받는다. 물, 그늘, 휴식 등 열사병 예방수칙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이 신고 대상이다. 특히 기상청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 오후 야외작업을 하는 근로자가 온열질환 증상을 호소할 경우 사업주는 작업 중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만약 사업주가 작업을 계속해 신고 등이 접수되면 고용부는 작업 중지를 지시하고, 불응시 법적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