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항공사들이 텅 빈 여객기에 망고, 두리안, 체리와 같은 과일을 싣고 있다. 신선도 유지가 생명인 특수 화물은 일반 화물 대비 운임이 20%가량 높아 항공사들의 실적 개선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태국 현지에서 생산한 망고 총 6300톤(t)을 국내에 수송해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태국산 망고는 연중 생산이 가능하지만, 특히 3월부터 6월까지가 제철”이라며 “제철 망고를 안정적으로 수송해오기 위해 화물기 투입을 늘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망고의 국내 인기가 높아지면서 인천~태국 방콕 노선에 화물 전용기로 개조한 여객기까지 추가 투입하며 수송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화물기에서 화물이 내려지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현재 태국은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푸켓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외국 관광객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사실상 현재 태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항공기 대부분은 망고 등 현지 생산품을 수송해오기 위해 투입되는 셈이다. 항공 수송의 장점은 생산 현지에서 망고를 숙성한 후 수출하기 때문에 고품질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반면 컨테이너선을 통해 해상으로 망고를 수송할 경우 유통 과정에서 후숙해 맛과 품질이 비교적 떨어진다.

항공 수송 과정에서 망고와 같은 열대과일은 신선도 유지 시스템이 필수다. 열대과일에 적합한 기내 온도는 15도에서 25도 사이다. 대한항공은 이를 위해 별도의 콜드체인 서비스 ‘Specialized-FRESH’를 제공하고 있다. 냉동육, 꽃, 과일, 수산물 등 적정 온도 유지가 필요한 신선화물을 위한 맞춤 서비스다. 대한항공 화물 창고에 있는 냉동·냉장 보관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화물 운송 전 과정에서 일반 화물보다 우선적으로 처리되는 게 특징이다.

열대과일 두리안도 대한항공의 효자 품목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태국에서 1000t에 달하는 두리안을 국내로 수송해왔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수출용 두리안은 설익은 상태에서 운송하는 게 특징이다. 설익은 상태에선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약 80% 성숙 단계에서 수확해 완전 성숙까지 7~10일 여유를 두고 운송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망고와 두리안과 같은 열대과일은 온도 조절을 요하는 ‘특수 수송품’인 만큼 수송단가가 일반 화물 대비 높아 실적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모습. /아시아나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020560)도 과일 수송으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국내로 들여온 체리의 양만 1800t에 달한다. 오는 6월부터 8월까지는 워싱턴주에서 생산한 체리 3200t을 수송해올 계획이다. 로스엔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노선에 임시편과 여객기를 개조한 화물 전용기까지 대거 투입해 체리를 수송해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통상 항공화물 시장의 비수기로 꼽히는 하절기에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 품목이 바로 체리”라며 “미주발 다른 화물 대비 수익성이 20%가량 높다”라고 했다. 올해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은 체리뿐만이 아니라 미국산 계란 7000t도 실어나르면서 신선 식품 운송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항공 화물 사업 강화를 통해 올해 2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2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양은 각각 41만7759t, 19만1955t으로 작년 동기 대비 27%, 11%씩 상승했다. 여기에 운임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홍콩에서 발표하는 항공 화물 운임 지수인 TAC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홍콩~북미 노선의 화물 운임은 1kg당 8.03달러를 기록했다. 5.7달러였던 작년 7월 중순 대비 40%가량 높다. 같은 기간 홍콩~동남아 노선 화물 운임은 약 22% 높은 1kg당 1.89달러를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1.85% 오른 1122억원, 아시아나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41% 오른 33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