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건조 가격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조선업황 회복세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적으로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인상에 따라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겠지만, 연초부터 이어진 수주 랠리와 선가 인상 시너지를 바탕으로 이르면 하반기부터 조선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26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6일 신조선가지수는 141.16포인트를 기록했다. 앞서 2014년 신조선가지수가 140포인트였던 점과 비교하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셈이다. 2017년 3월 최저점 121.4포인트보다도 약 16% 높다. 신조선가지수는 1998년 전세계 선박 건조 가격 평균을 100으로 기준잡아 지수화한 것으로, 높을수록 선가가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지수가 회복하고 있다는 점은 장기간 불황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신호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한국조선해양 제공

선박 건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해운 경기 회복에 따른 운임 상승 여파가 가장 크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3일 기준 전주 대비 45.58포인트 오른 4100포인트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 14일 이후 11주째 상승세다.

해상 운임이 뛰자 글로벌 선사들은 앞다퉈 선박 발주에 나섰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40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19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체 발주량 대비 약 37%에 달하는 885만CGT가 1만200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컨테이너선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400% 증가한 수준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컨테이너선(1만3000~1만4000TEU) 가격은 올해 2월 1억500만달러에서 6월 1억2800만 달러까지 올랐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올해 초까지 1억8500만달러 수준을 보였지만, 최근 1억9300만달러까지 올랐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유럽 선주사로부터 수주한 LNG선 2척의 신조선가는 2억110만달러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조선가는 계속 오를 전망이다. 연초부터 이어진 수주 랠리에 올해 수주 목표를 대부분 달성한 조선소들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선박 1척이 아쉬웠던 과거 불황기와 달리 지금은 선가 협상 과정에서 제 값을 받고 건조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1일 한국조선해양은 컨퍼런스콜에서 “이미 상반기에 수주 목표를 달성한 만큼 앞으로 충분히 수익이 확보되는 물량에 대해서만 수주할 계획”이라며 “일반 상선을 기준으로 하면 당초 계획 대비 130% 이상의 수주도 가능했지만, 현재 수익성 등을 분석해서 대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 /삼성중공업 제공

악재로 인식됐던 후판 가격도 결과적으로 신조선가 상승을 견인할 전망이다. 앞서 2004년에도 후판가가 30% 이상 급등한 이후 이듬해부터 신조선 가격이 덩달아 올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사들도 후판가 비용이 선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장기적으로 후판 가격 상승분이 선가에 반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후판가격 급등으로) 단기적으로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지만, 조선소들이 충분한 일감을 확보한 만큼 선가가 크게 오를 여지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조선업계는 높아진 선가를 바탕으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 반등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르면 올해 3분기부터 상선 부문에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2분기 1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으나, 이는 후판가 상승에 따른 손실충당금 반영 여파이며 상선 부문에서 이미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22년, 삼성중공업(010140)은 2023년 흑자 전환에 성공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