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부품의 상용화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전장 사업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금호석화가 전장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음극재 바인더 개발에 성공하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 제품은 최근 외부 기관 및 배터리 업체의 평가를 통해 고객 품질 승인을 받았다. 이번 평가에서 일부 성능은 세계 음극재 바인더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일본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음극재 바인더는 유화액 형태의 합성 라텍스로 음극 활물질(배터리 내 전기를 일으키는 반응을 담당하는 물질)을 안정화시키고 음극재 내에 잘 정착하도록 코팅·접착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국내 업체는 JSR과 제온(Zeon) 등 주로 일본 업체의 제품을 수입해 사용했다. 그러다 일본이 2019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에서 제외하며 음극재 바인더의 국내 개발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한솔케미칼(014680)이 제품 개발에 성공해 SK이노베이션(096770)삼성SDI(006400)에 공급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

금호석화도 우수한 라텍스 기술력을 앞세워 2019년부터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금호석화는 의료용 장갑 등에 사용하는 NB라텍스 분야에서 세계 1위(지난해 기준 점유율 35%)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음극재 바인더는 품질만 보장받으면 생산 물량을 전부 전기차 배터리 업체에 납품할 수 있을 정도로 수요가 넘친다. 생산량이 곧 매출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금호석화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탄소나노튜브(CNT) 개발에도 성공했다. 금호석화는 곧 납품처를 확보해 CNT 대량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호석화는 이미 지난해 말 기준 연간 CNT를 120톤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CNT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도전재로 전기와 전자의 흐름을 돕는 소재다. 전기와 열전도율이 구리와 다이아몬드와 동일하고, 강도는 철의 100배에 달한다. 배터리 외에 반도체 공정 패키지 보호 트레이, 자동차 정전도장 외장재 등 활용 범위가 넓어 화학업계에서는 ’꿈의 소재‘로 통한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호석화가 성장성이 큰 배터리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음극 바인더나 CNT 외에도 배터리 모듈 하우징 소재, 이동식 충전 케이블 소재 등 전기차용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소재 상업화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금호석화가 전장 사업에 뛰어든 것은 투자 다각화로 실적 개선에 역량을 집중기 위해서다. 금호석화는 주력 사업인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에 비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금호석화 주력 제품들이 하반기 수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계 증권사 JP모건은 올해 상반기가 금호석화 매출의 고점이 될 것이라며 이 회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제시했다. 목표 주가도 34만원에서 18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전장으로 사업을 확대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저탄소, 친환경 시대에 맞는 제품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CNT 소재의 판매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품질 관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