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006400)가 글로벌 4위 완성차그룹 스텔란티스와 전기차 배터리 협업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2024년까지 총 30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생산할 계획이어서 이후에도 국내 배터리 업체의 ‘큰손 고객’이 될 전망이다. 스텔란티스는 미국-이탈리아의 피아트크라이슬러(FCA)그룹과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엥(PSA)그룹이 합병해 탄생한 완성차 기업이다. 산하 자동차 브랜드는 지프부터 램, 푸조, 시트로엥, 오펠, 마세라티, 알파 로미오 등이 있으며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9%에 달한다. 판매량 기준으로 폭스바겐과 도요타, 닛산·르노·미쓰비시연합에 이어 세계 4위 업체다.

25일 배터리 업계와 미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다음달 8일(현지시간) 그룹의 전기차·배터리 플랜을 공개할 예정이다. 스텔란티스는 이번 행사에서 전기차 생산 목표와 배터리 조달 계획 등을 발표한다. 특히 북미지역에서 생산하는 지프·크라이슬러·닷지 등 전기차 모델에 탑재할 배터리 발주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프의 최초 순수 전기 콘셉트카 ‘매그니토’./지프 제공

국내 배터리 업계는 스텔란티스가 연 28GWh(기가와트시)에 이르는 대규모 물량을 발주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약 30조원으로 추산된다. SK이노베이션(096770)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는 1·2 공장의 연 배터리 생산량이 22GWh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나오는 발주는 2024년까지의 물량이고 스텔란티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생산할 예정이어서 이후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이번에 스텔란티스의 배터리를 수주하는 기업이 향후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생산을 위한 협업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스텔란티스 배터리 수주에는 중국의 CATL 등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배터리 업계와 현지 언론은 스텔란티스가 한국의 배터리 업체와 협업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는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해 현지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를 사용한다. 미국에 공장이 없는 CATL은 한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스텔란티스는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전기차 전환이 늦었기 때문에 배터리 내재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따라서 당분간 외부 업체의 배터리를 납품받으면서 동시에 배터리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자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 가운데 삼성SDI만 미국 생산기지가 없다. 삼성SDI는 연내 구체적인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삼성SDI의 미국 투자 파트너가 스텔란티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의 주요 브랜드 중 하나인 피아트(FIAT)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는 헝가리에도 배터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유럽에서 생산되는 스텔란티스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수월하다.

삼성SDI 천안사업장 전경./삼성SDI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은 2016년부터 크라이슬러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퍼시피카(PACIFICA)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GM과 추진중인 2개의 합작사 외에도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추가 투입해 연 70GWh 생산 규모의 독자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스텔란티스가 파우치형과 각형 배터리를 모두 채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 파우치형은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미국 진출과 맞물려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마스터플랜 발표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스텔란티스의 배터리를 국내 업체가 싹쓸이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오창 배터리 공장 전경./LG에너지솔루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