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투명경영을 강조하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바람이 현대자동차그룹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온실가스를 다수 배출하는 내연기관차 생산을 줄이고 전기·수소연료전지 등 친환경차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10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A →B→C→A 식의 연결 고리를 통해 기업을 지배하는 구조) 고리를 갖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ESG 경영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직접 결과를 챙기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000270), 현대모비스(012330)는 각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주주권익 보호와 내부거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 투명경영과 관련된 논의를 회사 내 최고의사결정기구에 맡겨 ESG 경영의 실행력과 관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환경부의 '탈(脫)플라스틱' 캠페인 '고고 챌린지'에 동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이 규정하는 대규모 내부거래와 윤리경영과 관련된 주요 정책을 의결하고, 일정 규모 이상 투자와 주주권익 보호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심의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ESG 경영으로 도달하려는 지점은 사용자 편의를 향상시키기 위해 스마트모빌리티 환경을 조성하고,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친환경 가치를 도입해 지속가능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고 수소사회를 실현하는 것이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고고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지속가능한 사회와 환경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수소캠페인도 그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라인업을 현재 8개 차종에서 2025년 23개 차종으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00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과는 다른 사회적 가치와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됨에 따라 변화를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면서 글로벌 친환경 선두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수소전기차 제품 개발 투자, 신규 친환경차 개발·판매 등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ESG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공급망 전반의 ESG 리스크를 관리해 지속가능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부품 협력사의 성장을 지원하고 ESG 성과도 살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더 많은 사회 구성원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그래픽=정다운

현대자동차그룹은 사업 경쟁력을 갖춘 모빌리티 솔루션 분야에서 사회 구성원을 돕는 사회공헌 활동도 다양하게 실천하고 있다. 교통 약자의 안전한 이동을 돕기 위해 ‘이동약자 모빌리티 공헌사업’을 추진하고, 코로나19와 가축전염병 예방 및 대응을 위해 특별 제작한 방역구호차량도 공급하고 있다. 50~60대의 재취업을 돕는 일자리 사업 ‘굿잡 5060’ 프로젝트도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ESG 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주요 기업별 ESG 등급 평가에서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는 모두 A등급을 획득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9년 B+등급에서 한 단계 상향 조정됐으며 현대모비스는 2019년과 동일한 A등급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