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참가한 국내외 방산업체들이 한국 해군 최신 무기사업을 두고 열띤 경쟁을 벌였다. 특히 해군이 추진하는 경항공모함(CVX) 사업을 두고는 방산 라이벌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맞붙었다.

1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MADEX에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사업은 지난해 9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공식화돼 내년 입찰이 예상되는 한국형 경항공모함이다. 1990년대부터 해군의 숙원사업인 경항모는 탐지장비와 방어무장 등을 갖추고, 다양한 항공기를 탑재·운용하며, 해양통제 임무와 상륙작전 임무 등 수행하는 함정이다. 건조 비용은 약 2조300억원, 연간 운용비용은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9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는 사흘간 바이어 일정을 마무리하고 전날 일반 관람객 대상 행사를 진행했다.

현대중공업이 제시한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그래픽 이미지(위)와 대우조선해양이 MADEX에서 공개한 CVX 실물모형. /현대중공업 연합뉴스 제공

이번 MADEX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개발한 경항모 최신 모형을 공개했다. 현대중공업은 해군이 초기 구상한 경항모보다 비행갑판 폭을 약 30% 확장하고, 함정 앞부분에 스키점프대를 새롭게 적용한 전장 270여미터(m), 전폭 60여m, 3만톤급의 경항모를 내놓았다. 특히 스키점프대의 경우 영국 항공모함인 퀸 엘리자베스함의 특징이기도 한데, 설계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 영국 군수지원 기업 ‘밥콕’과 협력해 설계한 만큼 영향을 받았다는 평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제시한 경항모는 해군의 모든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함정의 사이즈를 압축 시켜 운용비를 절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설계 시 일정 시간 내 전투기의 출격 가능 횟수를 의미하는 ‘소티 생성률(sortie generation rate)’에 중점을 두었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MADEX에서 이탈리아 경항모인 카보우르함을 제작한 이탈리아 조선사 핀칸티에리와 기술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경항모 엔진 추진체계를 놓고는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과 영국 롤스로이스(Rolls-Royce)가 맞붙었다. 한국 해군은 과거 GE LM2500 가스터빈을 많이 사용했는데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및 광개토대왕급·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등에 쓰였다. 최근에는 롤스로이스 MT-30 가스터빈이 사용되는 추세로, 대구급 호위함에 탑재됐다.

GE가 선보인 해군 함정용 발전 및 전기추진기술(위)과 롤스로이스가 제안한 통합전기추진체계 모형(MT30). /GE 롤스로이스 제공

해군은 지난 4월 경항모 사업 설명회에서 경항모 엔진에 핵 추진이 아닌 재래식 추진체계가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래식 동력을 사용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증기터빈 ▲가스터빈 또는 디젤 ▲하이브리드 등이 있다. 다만 이지스구축함처럼 가스터빈 방식만 쓸지, 하이브리드 방식을 이용할지는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GE는 통합전기추진(IFEP) 시스템과 하이브리드전기추진(HED) 시스템을 선보였다. IFEP 시스템은 영국 해군의 Type-45급 구축함을 위해 GE가 고안한 파워 시스템과 유사하고, HED 시스템은 영국 해군의 Type-26급 호위함, 호주 해군, 캐나다 해군의 호위함 프로그램에 적용된 3.4 MW 모터를 사용하고 있다. 두 추진 시스템 모두 2대의 GE 가스터빈을 사용했다.

롤스로이스 역시 미래의 해군을 위한 새로운 동력원과 추진장치인 통합 전기추진 및 하이브리드 전기추진 솔루션을 공개했다. 롤스로이스는 통합전기추진체계 기반의 구축함과 항공모함에 함정용 가스터빈 발전기를 공급하는 세계 유일의 제조업체라는 점을 내세웠다. 또 하반기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퀸 엘리자베스에 MT30 36MW 가스터빈 교류발전기 2대와 중속 디젤 발전기 대를 통해 112MW의 출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