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삼성SDI(006400)·SK이노베이션(096770)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개발한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된다. 이전 배터리보다 니켈 함량이 높은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최대 700㎞까지 달릴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NCMA 배터리와 삼성SDI의 NCA 배터리가 올해 하반기중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 기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들은 주행거리가 500㎞ 안팎이지만, 차기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면 1회 충전시 6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삼성SDI의 새 배터리는 BMW 5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는 어떤 완성차와 만날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SK이노베이션도 내년부터 최대 700㎞까지 주행이 가능한 NCM9반반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이 배터리는 미국 조지아에 짓고 있는 2공장에서 생산해 미국 자동차 2위 기업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에 투입될 예정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포드와 5대 5 합작 형태로 배터리 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합작법인이 아직 공식 출범한 것은 아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이전부터 일찌감치 F-150 배터리 납품을 확정지었다.

이들이 만드는 배터리는 각 사별로 비율과 추가 소재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양극재에 들어가는 코발트는 줄이고 니켈은 늘린 것이 특징이다. LG에너지솔루션 NCMA 배터리의 경우 니켈 함량이 89~90%에 달하고 코발트는 5% 이하다. 여기에 값싼 알루미늄을 추가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SK이노베이션의 NCM9반반 배터리 역시 니켈과 코발트 비중이 각각 90%, 5%다. 삼성SDI의 NCA 배터리는 현재 니켈 함량이 88%지만, 향후 90%까지 늘릴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가 니켈 비중을 늘린 ‘하이니켈 배터리’에 집중하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올리기 위해서다. 양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 특성을 결정하는 소재로, 양극재 내 니켈 비중을 늘리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올라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코발트의 비중을 줄여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니켈이 많아지면 열이 증가해 폭발 위험이 커지는 것은 단점이다. 이 때문에 니켈 함량을 늘리면서 안전한 배터리를 만들려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배터리가 완성돼 완성차에 탑재되면 실제 주행거리는 최대 성능보다는 짧을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해당 배터리로 1회 충전시 최대 600㎞를 달릴 수 있다 해도, 완성차 업체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배터리 충전을 80~90%만 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가 올해 초 발표한 전기차 ‘아이오닉5’의 경우, 당초 최대 주행거리가 500㎞를 넘어 테슬라 모델 Y(주행거리 510㎞)와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출시 이후 공개된 아이오닉5의 주행 거리는 최대 430㎞로 줄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코나 일렉트릭(EV)의 연이은 화재 때문에 ‘안전 마진’을 넉넉히 잡다보니 주행 거리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