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전력(015760)이 오는 3분기 전기요금을 또다시 동결할지 주목된다. 최근 국제 연료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이 당연한 수순이지만, 물가 상승에 따른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정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2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한전은 2분기에 대규모 적자가 에상된다. 3분기에도 전기요금이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한전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6월 20일 이후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2분기 현재 연료비 조정 단가는 kWh당 -3원이다. 예를 들어 월 평균 350kWh의 전기를 사용하는 4인 가족은 원래대로라면 약 3만5000원의 전기요금을 내야하지만, 연료비 조정에 따라 1050원 인하된 3만4000원가량만 내면 된다.

한국전력 나주본부.

kWh당 -3원의 연료비 조정 단가는 지난 1분기에 책정된 것이다. 한전은 올해부터 국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 수입 가격의 등락을 반영해 분기 주기로 전기 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직전 3개월 연료비 평균에서 지난 한 해의 평균값을 뺀 차액에 비례해 전기요금을 조정한다. 지난해 말 연료비가 낮은 흐름을 보여 1분기 연료비 조정 단가가 마이너스로 결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연료비는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두바이유 기준 유가는 지난 15일 기준 배럴당 65달러까지 치솟았다. 50달러 안팎이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24%가량 오른 수준이다. 전력용 연료탄 역시 같은 기간 톤당 80달러선에서 현재 100달러선까지 올라섰다. LNG만 연초 대비 27%가량 하락한 톤당 384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를 고려하면 3분기 전기요금은 인상돼야 하지만 정부가 이를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2분기에도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하면 kWh당 2.8원을 올렸어야 했지만, 1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3월 22일 전기요금을 동결하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1분기와 동일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한전에 통보했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연료비 상승분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한전의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전은 전기를 만드는 업체로부터 전기를 사서 국민에 파는 일을 하는데,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구조가 된다. 한전은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2%가량 늘어난 571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시장이 예측한 6800억원대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수치다. 2분기에는 적자가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한전이 2분기에 6101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이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한전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이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소비자에게 전기요금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연제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적자 규모가 커진다면 향후 전력산업 투자 수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할 수 있고, 이는 결국 한전의 미래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료 가격이 오르면 그에 따라 전기요금도 오른다는 정확한 신호를 줘야 소비자도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고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