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에서 친환경차 생산을 위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인천 부평공장과 경남 창원 공장에서 생산 중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레일 블레이저, 트랙스 크로스 오버 등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버전이 유력하다.

쉴판 아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서밋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한국에 대한 투자 의향을 밝혔고, GM은 지난 19일 듀폰, IMC, 에코랩 등과 함께 총 11억6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신고서를 제출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전경. /한국지엠 제공

지난 5월 기획재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전기·수소차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이 시행령·시행규칙에 따라 전기차 관련 기술과 생산 시설 등에 투자하는 외국계 기업은 최대 35%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현재 한국 정부와 GM 측은 세제 지원 혜택 규모는 얼마인지, PHEV 기술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이 한국 내 생산 역량을 갖추려는 PHEV는 기존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더한 하이브리드형 동력계다. 전기동력 비중이 높아 ‘반(半)전기차’로 불린다.

다만 한국 정부는 PHEV를 전기차로 인정하지 않아 2021년부터 대당 500만원이었던 국고 보조금을 없앴다. 해외에서는 PHEV를 친환경차의 하나로 보고, 보조금 등을 준다. 이 때문에 현대차(005380)·기아(000270)도 PHEV를 생산하지만,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GM은 과거 전기모터·배터리 기반의 PHEV인 볼트(Volt)를 국내에 판매했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GM은 트랙스와 미국 판매용 뷰익 엔비스타에서 1.2L 가솔린 터보를 삭제하고, 1.35L 가솔린 터보 PHEV를 추가한다. 트레일 블레이저와 유럽 판매용 앙코르 GX의 경우 1.2L 가솔린 터보 엔진과 1.35L 가솔린 터보(앞바퀴굴림·네바퀴굴림)를 없애고, 1.35L 가솔린 터보 PHEV를 신설한다.

GM 측은 “미래차 생산 차종에 대한 정보는 밝힐 수 없다”며 “GM은 현재 투자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고, 한국은 투자 대상국으로 고려 중이나 아직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GM은 필요한 내부 투자 평가 절차를 위해 투자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최종 투자 결정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