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전기차 판매 전략을 리스(lease·임대)로 잡았다.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 감소와 감가상각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낮춘다는 취지인데, 오히려 구매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토요타자동차에 따르면 렉서스는 전기차 RZ450e를 국내에서 토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리스 상품으로만 판매한다. 이로써 렉서스는 작년에 국내에 출시한 전기차 UX300e에 이어 RZ450e도 리스 전용 판매로 제한했다. 도요타는 자국 일본에서도 전기차 bZ4X(국내 미출시)를 리스로만 판매하고 있다.

렉서스 RZ450e./ 렉서스 제공

RZ450e는 국내에서 도요타·렉서스의 ‘오토 케어 리스’로만 판매된다. 오토 케어 리스는 운용리스 형태로, 차를 구매하는 대신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서 빌려 타는 방식이다.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계약 때 설정한 잔존 가치를 기준으로 차를 반납한다. 일반 운용리스는 차 관리를 차주가 스스로 하는데, 오토 케어 리스는 렉서스가 차 관리를 직접 맡는다. 엔진오일이나 타이어를 교체할 때 차주가 돈을 내지 않는다.

업무용 자동차로 구매하는 개인 사업자나 법인은 운용리스에 대한 부담이 적다. 차를 구매하든 리스하든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스를 이용하면 자동차가 자산에 포함되지 않고, 회계 처리가 좀 더 간편한 장점도 있다.

반면 개인은 리스의 장점이 대부분 희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6%는 현금과 할부를 조합한 방식으로 자동차를 구매하고 싶다고 답했다. 렌털(11.3%)이나 리스(8.7%)를 선택한 비율은 낮았다.

도요타는 전기차만 리스로 판매하는 까닭을 “전기차에 대한 경험과 합리적 이용 가치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일본에서 bZ4X를 리스로 판매하는 자회사 킨토(KINTO)는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이 해가 갈수록 줄어 주행거리가 감소하거나, 감가상각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고객의 우려를 없애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 관계자도 “전기차의 감가상각을 우려하는 소비자를 고려해 리스로만 판매한다”고 말했다.

개인 소비자 중에서는 리스를 선호하지 않는 비중이 높아 “리스로만 판매한다”는 전략은 판매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렉서스는 작년 기준 총판매량(5202대)의 46%(2390대)가 법인일 정도로 법인 고객 비중이 높지만, 리스로만 판매한 UX300e는 작년에 총 63대만 팔려 흥행에 실패했다. 다만 RZ450e는 UX300e와 달리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설계됐고 주행거리(377㎞)도 UX300e(233㎞)보다 길어 상품성이 더 뛰어나다.

크리스토퍼 리히터 CLSA 애널리스트는 도요타의 리스 전용 판매 전략과 관련해 “그것이 어떤 것이든, (소비자가) 구매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좋은 방식이 아닐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