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03대가 팔린 슈퍼카 람보르기니는 대다수의 차가 인천에 등록됐다. 가격이 1억원 이상인 마세라티와 벤틀리도 인천 등록차가 많다. 인천은 서울 강남구와 비교해 소득 수준이 3분의 1 수준이지만, 수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 등록 숫자는 서울 강남을 압도한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록 자료에 따르면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개인이 60대, 법인이 343대를 구매했다. 이 중 법인 구매의 92.1%가 인천에 신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법인 등록대수는 2대에 불과했다. 람보르기니는 인천 전시장이 없고, 서울에서만 2곳을 운영 중이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S. 이 차의 가격은 2억9000만원부터 시작한다. /람보르기니 서울 제공

마세라티의 경우 지난해 544대가 판매됐는데, 50.5%가 인천에 등록했다. 마세라티는 법인 구매가 전체의 74.9%로 높은 편인데, 법인 구매의 66%가 전시장이 1곳도 없는 인천을 등록지로 두고 있다. 법인 구매가 77.2%인 벤틀리 역시 법인차의 61.4%가 전시장이 없는 인천에 등록돼 있다.

다른 수입차들도 인천 등록 비율이 높다. 지난달 수입차 신규등록(KAIDA 집계)을 살펴보면 인천은 법인 구매의 33.3%가 몰려있다. 1월에 법인 구매된 수입차는 총 5734대로, 이 중 1910대가 인천 등록이다. 이 뒤를 부산(1188대), 경남(898대)이 이었다.

인천이 고가 수입 법인차의 등록 성지가 된 이유는 등록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현재 차를 구매하려면 공채를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데, 인천의 공채매입비율은 수도권 다른 지역보다 낮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공채매입비율은 개인 또는 법인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의무적으로 국가 채권을 차 가격의 일정 비율로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도시철도채권과 지역개발채권으로 나뉜다. 서울과 인천, 부산, 대구 등은 도시철도채권을, 나머지 지역은 지역개발채권을 매입해야 한다.

차 가격이 3억원 이상인 벤틀리 벤테이가. 지난해 법인으로 판매된 153대 중 97대가 인천에 등록됐다. /벤틀리 서울 제공

매입한 채권은 7년 뒤(지역개발채권은 5년) 금융기관에 해당 매입확인증을 제출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데, 보통 이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매입 즉시 재판매한다.

인천은 공채매입비율이 배기량 2000㏄ 이상일 경우 차 가격의 5%로, 서울(20%), 경기(12%)에 비해 현저히 낮다. 차 가격이 수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의 경우 수천만원의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차 가격인 3억원인 경우 인천에서 등록하면 1500만원의 채권 매입 비용이 발생하는데, 서울에서는 6000만원이 든다.

국내 법상 자동차의 등록지는 사용 본거지를 따르게 돼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수가 되는 자동차세(지방세)를 받기 위해서다. 사용본거지란 자동차 소유자가 자동차를 주로 보관, 관리 또는 이용하는 곳을 의미한다. 자동차 소유자가 개인이면 소유자의 주민등록지를, 법인·재단 등이면 주사무소 소재지를 사용본거지로 삼는다.

개인 명의 수입차의 서울과 경기 등록 비중(1월 기준 경기 30.4%, 서울 21.3%)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 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수입 법인차를 다루는 캐피탈사 등은 공채의무매입비율이 낮은 인천을 등록 주소지로 사용하면서 구매 비용 부담을 줄인다. 사실상 편법이지만 마땅한 규제도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세수를 늘리고 싶은 지자체가 공채매입비율을 낮춰 고가의 수입 법인차를 유치하려는 측면도 있다. 배기량에 따라 자동차세를 매기는 국내 세법에 따라 고가의 슈퍼카가 많이 등록되면 자연스레 세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카의 주요 구매자와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며 “법인차 등록지에 대한 안이한 규정이 탈세와 과소비 등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