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선두하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 대열에 BMW도 합류한다. 저렴한 생산단가가 장점인 원통형 배터리가 향후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BMW는 최근 독일에서 언론 간담회를 갖고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뉴 클라쎄(Neue Klasse)’에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해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BMW i7. /로이터뉴스1

BMW의 최신 전기차 ‘iX3′, ‘i7′, ‘iX’ 등에 들어간 배터리는 모두 각형이었다. BMW가 5세대 배터리로 각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BMW는 이번 6세대 배터리로 원통형을 선택해, 2025년부터 뉴 클라쎄 플랫폼에서 제작되는 모든 전기차에는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될 전망이다. BMW는 새 배터리가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거리를 30% 늘리는데, 생산 비용은 절반밖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가 오래전부터 채택한 방식이다. 전기차에 이용되는 배터리는 모양별로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으로 나뉘는데,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에서 비주류에 속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는 각형(58.9%), 파우치형(24.9%), 원통형(16.2%) 순으로 많았다. 각형은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이 주로 채택했고, 파우치형은 현대차(005380)그룹, GM, 포드 등이 선택했다.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다.

원통형 배터리는 흔히 쓰는 AA 건전지처럼 원통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대량생산이 쉽고 제작 단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원통형으로 생긴 모양 때문에 군데군데 버려지는 공간이 생겨 공간 활용성이 떨어지고 무겁다는 점이다.

원통형 배터리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CTC(Cell to Chassis) 기술 발전으로 공간 활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CTC는 배터리를 차체에 얹는 기존 방식과 달리 차체에 직접 배터리를 장착해 무게와 공간을 절약한다. BMW의 뉴 클라쎄가 CTC 설계를 토대로 한다. 테슬라는 배터리 용량·출력을 키워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개별 원통 규격을 이전보다 두 배 이상 키운 지름 46㎜ 규모로 만들어 올해부터 ‘모델Y’에 탑재했다.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제조사 리막오토모빌리(Rimac Automobili) 역시 46㎜ 직경의 원통형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을 현재 개발하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의 약진은 기존 전기차 제조사들의 가격 경쟁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기존 중대형 각형과 파우치형을 사용하는 완성차 기업들은 원가 절감이 된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와의 가격 경쟁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원통형 배터리는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유의미하게 개선할 수 있어, 향후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리튬이온배터리와 리튬인산철배터리(LFP)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하듯, 원통형과 각형·파우치형 등도 자동차 기업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따져보며 시장에서 혼재하고 있다”면서 “초기 시장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가 우위인지 자동차 제조사간 명확한 컨센서스가 아직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