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만도(204320)가 물적분할한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 HL클레무브가 내년에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 HL클레무브는 당초 내년 중 IPO나 FI(재무적 투자자)·SI(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통해 투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는데, 이 중 상장계획은 재검토하기로 했다.

HL클레무브는 HL만도가 작년 12월 HL만도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사업부와 센서·ECU(엔진제어장치) 제조 자회사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를 합병해 설립한 자율주행 자회사다. HL만도가 지분 100%를 가진 자율주행·모빌리티 전문기업이다.

정몽원 HL그룹 회장. /HL그룹 제공

HL만도는 HL클레무브 출범 직후 증권사 등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 행사를 열고, HL클레무브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로봇·AI(인공지능) 등 모빌리티 신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말까지 설비 투자(CAPEX) 2600억원, R&D(연구개발) 투자 2800억원 등 총 5400억원을 투입해 매출액을 작년 1조2000억원에서 2026년 2조4000억원으로 높인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2030년 연간 매출 4조원이 목표다.

HL클레무브는 이 자리에서 2022년까지 투자금을 자체 조달하고 내년부터 상장이나 FI, SI 유치 등을 통해 외부 자금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HL클레무브가 계획대로 고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채 조달이 아닌 자본금 확충 방식의 투자금 조달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HL클레무브와 종속법인(HL클레무브 중국·인도법인) 자본은 2464억원, 부채는 5823억원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소액주주 권익 보호 방안으로 HL클레무브 상장이 다소 까다로워졌다. 물적분할된 회사가 설립 이후 5년 이내 상장하는 경우 상장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주 내용인데, 이미 물적분할을 완료한 기업도 분할 후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HL클레무브가 상장하기 위해선 HL만도 주주에게 HL클레무브 주식을 현물 배당하거나 HL만도의 배당 확대·자사주 취득 등 절차가 필요해졌다. 이 같은 모회사 주주 보호 방안이 미흡한 경우 상장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HL만도가 작년 6월 9일 (장 마감 후) HL클레무브 설립을 발표한 뒤, (HL클레무브의) 별도 상장 및 지분 가치 희석 우려로 다음날 HL만도의 주가는 11% 하락했다”며 “이후 HL만도는 6월 9일 종가 7만2500원에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HL클레무브가 상장하면 HL만도 주주는 주주 권익 보호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물적분할 이후 하락한 주가와 금융위의 상장 심사 강화로 HL클레무브 상장이 어렵게 된 것인데, HL만도 관계자는 “내년 중 HL클레무브를 상장할 계획은 없지만, 이는 금융위의 소액주주 권익 보호 조치 발표 이전부터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HL클레무브는 미래 기술 개발 자금 확보를 당면과제라고 판단하면 FI나 SI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는 시장을 지켜보며 내후년 이후로 IPO 시점을 저울질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