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구독 경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월 구독료를 받고 후륜 조향을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프로그램을 내놓은데 이어, BMW는 월 구독료를 받고 운전석·조수석 열선시트와 열선핸들을 쓰도록 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기본적인 기능에 월 구독료를 내도록 하는 것은 지나친 상술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BMW는 최근 국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열선시트 등 일부 편의사양의 월 구독 상품을 안내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Over-The-Air) 기능을 활용해 구독료를 내지 않은 차량은 편의사양을 쓸 수 없도록 잠그고, 구독료를 낸 차량만 해당 기간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방식이다.

/BMW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1개월 기준 구독료는 ▲운전석·조수석 열선시트 2만4000원 ▲열선핸들 1만3000원 ▲하이빔 어시스턴트(주행 환경에 따라 상향등을 자동으로 켜거나 꺼주는 기능) 1만1000원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선행 차량과의 간격과 원하는 주행 속도, 차선을 자동으로 유지하는 기능) 5만1000원으로 책정됐다. 1년 기준으로는 ▲운전석·조수석 열선시트 23만원 ▲열선핸들 12만원 ▲하이빔 어시스턴트 11만원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51만원이다.

기간 제한 없이 해당 옵션을 계속 이용하는 조건도 있다. ▲운전석·조수석 열선시트 53만원 ▲열선핸들 29만원 ▲하이빔 어시스턴트 24만원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113만원이다.

열선시트나 열선핸들은 웬만한 고가 차량에 기본으로 장착되는 옵션이다. 저가 차량에서도 옵션으로 판매해 차 값을 더 받았지 월 구독 상품이 나온 적은 없었다. BMW에도 기간 제한 없이 옵션을 탑재하는 조건이 달려 있었지만, 생소한 ‘열선시트·열선핸들 구독’에 소비자 반응은 차가웠다. “자동차 안에 기능을 다 탑재해놓고 돈을 내야 사용할 수 있게끔 풀어주겠다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다수였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이에 대해 “BMW코리아의 국내 홈페이지는 본사(독일) 홈페이지와 연동돼 있어 본사 출시 상품이 한국에도 자동으로 안내됐는데, 국가별 지역법인이 해당 상품을 도입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면서 “BMW코리아는 한국에서 운전석·조수석 열선시트, 열선핸들과 같은 기본적인 옵션을 별도의 구독 없이 차량 기본사양에 포함해 판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동차 기업들 사이에선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옵션으로 제공·판매하던 기능을 연 단위 혹은 월 단위로 돈을 내고 구독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모습이 자주 관측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작년 7월부터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전기차 ‘EQS’의 후륜 조향 기능을 구독 서비스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EQS는 기본 4.5도 각도로 뒷바퀴가 회전하는데, 구독료를 지불하면 ‘리어 액슬 스티어링’ 기능이 활성화되며 최대 10도까지 회전이 가능하다. 연간 구독료는 489유로(약 65만원)로 책정됐다. 구독 서비스가 없는 벤츠 S클래스에서 리어 액슬 스티어링 기능을 옵션으로 추가하면 가격이 1550유로(약 205만원·유럽 기준)다.

테슬라도 작년 7월 자율주행 기능 FSD(Full Self Driving)를 사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미국서 월 199달러에 출시한 바 있다. 연간 2388달러(약 311만원)로, 이 패키지를 완전히 구매하는 가격은 1만2000달러(약 1563만원)다.